직권 남용ㆍ강요죄 부인
朴측 “기업 협박 방식 불명확”
변호인단 입장에선 제기할 만
청와대 문건 유출도 부인
정호성 전달 정황 드러났는데
“유출 경로 모른다” 황당 발뺌
뇌물죄ㆍ강요죄 “모순” 주장
헌재가 자료 보고 판단할 사안
전문가 “절차ㆍ법률상 문제 없다”
탄핵 심판대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공개된 법률대리인단의 탄핵심판 답변서를 통해 비선실세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 등 국정농단 핵심인물들과 얽힌 자신의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강제모금(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혐의)과 청와대 문건 유출(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 최씨 등의 검찰 공소장에서 ‘공범’으로 적시된 법률 위반 대목들을 모두 부인하면서 헌법재판소 심리에서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수첩 등 증거 놓고도 ‘몰랐다’?
박 대통령 측의 주된 방어 전략은 ‘최씨 측의 전횡을 몰랐다’는 것이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774억원 강제 모금과 관련해 박 대통령 측은 “최씨의 범죄를 알면서 공모했거나 예측할 수 있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최씨와 안종범(57ㆍ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이 최씨 등의 범죄에 매우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담겨있어 이 같은 모르쇠 전략이 유효할지는 의문이다.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을 독대해 최씨가 작명하고 임원진과 정관을 짠 재단에 지원을 요구하고, 안 전 수석을 통해 재단 설립을 독촉하거나 기업들에 ‘삥 뜯기’식으로 추가 출연금을 요구하고 광고 일감을 몰아주도록 지시한 것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검찰이 “99% 입증 가능한 것만 공소장에 담았다”고 자신한 것도 안 전 수석이 깨알처럼 적은 업무일지 등의 증거들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물죄-강요죄 적용 여부는 헌재 몫
박 대통령 측은 검찰 조사와 국정조사 등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자신들도 처벌 받을 우려가 있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언급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제3자 뇌물죄도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탄핵소추의결서에 담긴 혐의지만 특별검사가 추가 수사로 밝혀야 할 대목이다.
박 대통령 측은 대가를 바라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뇌물을 줬다는 뇌물죄와, 기업들이 협박에 못 이겨 거액을 뜯겼다는 강요죄가 상충되는 혐의인데도 동시에 탄핵사유가 된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리인으로서 지적을 할 순 있지만 모순되는 혐의에 대해 특검 수사 결과 등을 고려해 헌재가 선택하면 될 문제”라며 “절차나 법률상 문제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직권남용ㆍ강요죄 공방 치열할 듯
박 대통령 측은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도 부인했다. 최씨 등의 공소장에 “어떠한 방식으로 기업을 협박했는지가 명확하지 않아서 헌재의 수정(보정) 명령이 내려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실적으로 재벌 총수들이 ‘세무조사 등을 받을 것으로 우려해’ 등의 진술을 스스로 했을 가능성은 낮아 박 대통령 측의 주장은 제기할 만하다는 시각이 있다. 대통령의 지위나 권한만으로 직권남용과 강요죄 성립을 인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박 대통령 측은 더했다.
이에 대해 서울 소재 법원 부장판사는 “직접적 협박 언행이 없더라도 기업 경영을 좌우할 대통령 지위를 고려하면 ‘묵시적 협박’은 될 수 있다”며 “뇌물죄는 차치하고라도 다른 죄명은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다. 재단 강제 모금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법 위반이 인정되지만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냐는 판단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는 법조인들이 다수다.
문건 유출 부인은 억지에 가까워
청와대 문건을 민간인인 최씨에게 거듭 유출한 대목을 부인한 점은 다소 황당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 측은 “연설문 이외의 문건들은 비밀에 해당하는지가 분명치 않고, 대통령 지시에 따라 최씨에게 전달된 게 아니라서 유출 경로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문건 유출 지시를 받은 정호성(47ㆍ구속 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최씨의 지메일 비밀번호를 공유하며 국가정책 추진계획이 담긴 대통령 업무보고 등 공무상 비밀 47건을 유출한 사실을 파악한 상태다. 차진아 교수는 “최순실에게 ‘하남시 복합체육시설 추가 대상지 검토’ 문건을 넘기고 롯데그룹에 70억원의 지원 부담을 안긴 점 등은 명백히 사인의 이익을 위해 중대한 비밀문건을 넘긴 법률 위반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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