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35년간 12차례 내려
저기압 지나가야 눈구름 형성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
아쉽게도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기 어려울 듯 하다. 서울 기준 35년 동안 눈 내린 성탄절은 3년에 1번 꼴이었다.
크리스마스를 1주일 앞둔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25일 전국에는 구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2도, 최고기온 영상 6도 등 전국이 대체로 춥지 않을 전망이다. 22일 저기압이 지나가면서 전국에 비가 내린 뒤 주말까지 추가 눈, 비소식은 없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르면 25일에도 기압골이 한반도를 지나가겠지만, 남부지방과 제주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전국의 주말 낮 기온이 높아, 만약 내린다면 눈보다는 비 가능성이 더 많다”고 내다봤다.
캐럴이나 언론ㆍ광고 매체에서 크리스마스를 눈 내리는 날로 전형화한 까닭에 크리스마스를 떠올렸을 때는 함박눈을 떠올리기 쉽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서설(瑞雪ㆍ상서로운 눈)’이라는 말이 있듯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눈을 길한 존재로 여겨왔다”며 “연말의 눈은 팍팍한 일상의 활력소이자, 한 해를 마무리하는 보상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상 여건을 따졌을 때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릴 확률이 크지는 않다. 1981~2015년 기상청 공식 통계를 분석한 결과 서울 기준으로 35년 동안 12월 25일에 눈이 내린 날은 12차례에 그쳤다. 산술적으로 약 34%의 확률이다. 이중 상공에 눈이나 진눈깨비가 흩날렸을 뿐 쌓이지 않았거나, 지난해처럼 적은 양(0.2cm)이 내려 눈이 왔다고 보기 어려운 적도 많다. 이브에 내린 눈은 모두 11차례였다. 눈 덮인 성탄절이 드문 까닭은 애초부터 이 시기에 눈, 비가 희소하기 때문이다. 24, 25일 서울의 평년 강수량(30년 평균)은 1㎜ 미만에 불과하다.
통상 연말 무렵 한반도에 눈이 내리는 경로는 크게 2가지다. 우선 한반도 북쪽의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와 만나 온도 차로 해상에서 눈 구름이 생기는 경우다. 이때는 해안가 위주로 눈이 내릴 뿐 수도권 등 내륙에는 영향이 없다.
내륙에 눈이 내리려면 저기압이 지나가면서 기압골에 의해 눈 구름이 형성돼야 한다. 결국 25일에 저기압이 한반도를 통과하느냐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결정하는 요인인 셈이다. 김성묵 기상청 전문예보분석관은 “지구온난화 탓에 겨울이 따뜻해져 눈이 적게 내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강설 요인에는 기온 말고도 다른 변수가 많아 단정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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