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고위층 지시”… 보복 시사
CIA, 러-위키리크스 합작 결론
러 “아주 무례… 증거 제시하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 개입한 러시아에 보복을 시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당시 민주당 해킹 사건은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정보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면서 “러시아 고위층의 지시로 해킹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에서는 대통령 명령 없이 일어나는 일이 많지 않다”며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했다. 그는 지난 15일 NPR 방송 인터뷰에서도 “지난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해킹을 중단하라, 그렇지 않으면 중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면서 “러시아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전적으로 러시아 해킹 탓으로 돌리지는 않았지만 일부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선거 결과는 언제나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어떤 요인이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해킹으로 유출된 정보로 인해 “(선거 결과에) 일부 영향이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민주당 이메일 해킹 사건이 러시아와 위키리크스(폭로전문 웹사이트)의 합작품”이라고 미 중앙정보국(CIA)이 결론을 내린 직후 나온 것이다. CIA는 러시아와 위키리크스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도우려고 서로 협력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연방수사국(FBI)과 국가정보국(DNI)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민주ㆍ공화 양당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 문제를 놓고 초당적 조사에 합의한 상태여서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친러 행보를 보이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공화)은 16일 “이번 대선을 포함해 러시아 정부의 사이버 공격 행위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뤄졌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러시아는 강력하게 반박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의 해킹 사실을 언급한 데 대해 “아주 무례하다”고 지적한 뒤 “미국은 증거를 제시하든지, 아니면 더 이상 얘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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