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신대철 "친박 단체는 '아름다운 강산' 부르지 마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신대철 "친박 단체는 '아름다운 강산' 부르지 마라"

입력
2016.12.18 10:13
0 0
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맨 오른쪽)이 지난달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맨 오른쪽)이 지난달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참으로 어이가 없다.”

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인 신대철이 자신의 아버지 신중현이 만든 노래 ‘아름다운 강산’을 ‘친박 단체’들이 부르는 데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 록 음악의 대부인 신중현이 유신 정권 시절 ‘광장 민주주의 실현’을 꿈꾸며 만든 곡이 ‘아름다운 강산’인데, 원래 의도와 달리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이 현 정권을 옹호하며 거리에서 ‘아름다운 강산’을 외치는 것을 두고 “너무 기가 찬 광경”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신대철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신의 계정에 글을 올려 ‘아름다운 강산’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아름다운 강산’이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정권에 대한 저항의 곡이란 점을 강조했다. 신대철에 따르면 신중현은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절 “각하의 노래를 만들라”는 청와대의 요구를 거절했다. 신중현이 1974년 ‘미인’이란 곡을 내 큰 인기를 누렸을 때 벌어진 일이다. 이후 신중현이 만든 ‘거짓말’을 비롯해 ‘미인’ 등은 금지곡으로 지정됐고, 그에게는 ‘불온 가수’란 딱지가 붙었다.

신중현은 자신의 밴드 신중현과 엽전들의 2집에 ‘아름다운 강산’을 실었다. 이를 두고 신대철은 “서슬 퍼런 독재권력자 박정희의 강권을 거부하고 우리나라를 하나로 아우르는 노래”를 만들고자 한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설명했다. 신중현은 ‘아름다운 강산’에서 ‘아름다운 이곳에 내가있고 네가 있네/손잡고 가보자 달려보자 저 광야로/우리들 모여서 말 해보자/새 희망을’이라고 노래한다 가사를 보면 시민들에 거리로 나와 새 시대의 희망을 부르짖자는 외침으로 들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국정 농단에 절망한 시민들이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의 회복을 부르짖는 현실과 닮았다. 이를 두고 신대철은 “철저히 배격됐던 시대의 외침을 ‘우리들 모여서 말 해보자 새 희망을’이라 표현한 것”이라며 “아고라(광장) 민주주의의 실현을 꿈꾼 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대철은 ‘박사모’와 ‘어버이연합’ 등 친박 보수 단체가 ‘아름다운 강산’을 사용하는 것을 거듭 반대하며 “촛불집회 집행부는 나를 섭외하라”며 “내가 제대로 된 버전으로 연주하겠다”고 해 네티즌의 호응을 이끌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인 신중현.
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인 신중현.

다음은 신대철이 SNS에 남긴 글 전문

TV 보다가 너무 기가 찬 광경을 봤다. 안국역 앞에서 친박 단체들 집회하고 있는데 이 자들이 ‘아름다운 강산’ 을 부르고 있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아름다운 강산’ 이라는 노래는 나의 아버지가 74년 에 작곡한 노래다. 이 노래를 만들게 된 사연이 있다. 당시 나의 아버지는 최고의 히트곡 작곡가였다.

그런데 어느 날 청와대라고 하면서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증언에 의하면 청와대가 “각하(박정희)의 노래를 만들라”라는 내용의 강권을 행했다 한다. 즉 박정희의 찬양가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런 노래는 만들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이후 공화당이라며 다시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역시 같은 내용이었고 만약 만들지 않으면 다친다라는 협박도 한다. 그러나 재차 거절했다.

그 이후 아버지의 작품들은 줄줄이 금지곡이 된다. 당시는 ‘미인’ 이라는 노래가 대 히트되어 국민가요가 되었던 시절 이다. 그런데 미인은 갑자기 금지곡이 된다. 뿐만 아니라 김추자가 불렀던 ‘거짓말’ 등 많은 사랑을 받았던 수 십 곡이 금지되었다.

고심하던 아버지, 당시 아버지의 밴드였던 ‘신중현과 엽전들’의 2집(74년)에 ‘아름다운 강산’을 수록한다. 오리지날 버전은 이후 이선희의 리메이크 버전(88년)과는 많이 다르다. 이 곡은 권력자를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없지만 아름다운 우리 대한민국을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있다라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서슬퍼런 독재권력자 박정희의 강권을 거부하고 우리나라를 하나로 아우르는 노래를 만들었지만 이곡 역시 금지곡이 되었다.

그런데 ‘아름다운 강산’의 가사를 잘 살펴보면 교묘한 메시지가 숨어있다. 가사는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로 시작한다. 그뿐이라면 별 의미가 없다. 전반부의 핵심은 이렇다.

‘아름다운 이곳에 내가있고 네가 있네. 손잡고 가보자 달려보자 저 광야로 우리들 모여서 말해보자. 새 희망을’

후반부 핵심은 이렇다. ‘오늘도 너를 만나러 가야지 말해야지. 먼 훗날에 너와 나 살고 지고 영원한 이곳에 우리의 새꿈을 만들어 보고파’

다른 의견은 철저히 배격되었던 시대의 외침으로 ‘우리들 모여서 말 해보자 새희망을’ ‘~말해야지…우리의 새 꿈을 만들어…’라 한 것이다. 어쩌면 아고라 민주주의의 실현을 꿈꾼 것일가. 그래서 이 노래는 유신내내 금지곡이 되었다.

그래서 박사모, 어버이 따위가 불러서는 안 된다. 촛불집회 집행부는 나를 섭외하라. 내가 제대로된 버전으로 연주하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