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가 90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한 일부 비우량 회사채와 한계가구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해지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기업(금융회사·공기업 제외)들이 내년에 갚아야 할 회사채 규모는 43조5,천900억원으로 올해(40조1,100억원)보다 8.7% 많다. 이 중 신용등급이 A급 이하인 회사채가 15조6,600억원이다. 올해(12조3,100억원)보다 27%나 많다. 만기가 돌아오는 비우량 회사채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회사채는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AAA부터 D까지 18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보통 AA급 이상을 우량 채권으로 본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회사채 발행 금리(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가 높아진다.
통상 기업들은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 새로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 회사채를 갚는 차환 방식을 쓴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로 회사채시장이 얼어붙어 차환 여건이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발표된 지난 15일 연 1.697%로 두 달 만에 0.38%포인트나 상승했다. 회사채시장에선 벌써 AA급 이상인 우량 회사채만 선호하고 비우량 회사채는 외면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일부 기업이 내년에 회사채 만기 연장에 실패해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사와 건설사들이 문제다. 당장 대우조선해양은 내년 4∼11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9,400억원을 갚지 못하면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크다.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으로 인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46조5,000억원(올해 3월 기준)으로 나타났다. 올해 4∼12월 만기 규모는 39조5,000억원이다.
보통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 국면에 나타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낮은 2% 초·중반대로 전망하고 있다. 가계 소득은 늘지 않는데 이자 상환 부담만 증가하다 보면 저소득층부터 더는 빚을 갚지 못하겠다며 버티는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대출 만기가 연장되더라도 담보인정비율(LTV)에 따라 대출이 조정되는데다 정부의 원리금 균등 분할상환 유도 정책에 따라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금리가 상승해도 주담대 부도율(연체율)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다가 임계치에 도달하면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서민금융상품 확충 등 저소득층 가계부채 부실에 따른 대비책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회사채·주담대뿐 아니라 내년에는 만기가 돌아오는 국고채 규모도 대폭 늘어난다. 국고채 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국고채 규모는 58조2,000억원이다. 올해 만기도래액 53조9,000억원보다 8.0%(4조3,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2007∼2011년 연도별 만기 도래 국고채 규모가 20조원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 상환해야 할 국고채 규모가 작지 않다는 뜻이다. 정부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국고채 만기 물량이 집중돼 있지만 조기 상환이나 차환 등을 통해 만기를 연장하거나 분산시킬 수 있어 만기 국고채를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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