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장 이양호 전 농진청장 임명
“부처 제청 받아 최종 결재만”해명
“관료출신만 득보는 인사될 공산 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처음으로 고위직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했다. 공직 인사의 ‘신호탄’ 격이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명관(75) 전 회장 퇴임으로 공석이 된 한국마사회장에 이양호(57) 전 농촌진흥청장이 임명됐다. 황 권한대행이 지난 9일 대통령 직무를 넘겨받은 이후 정부와 공공기관 보직에 대한 첫 인사권 행사다. 정부 관계자는 “권한대행이 적극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고, 부처의 제청을 받아 최종적으로 결재만 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처가 요구한 인사에 대해 결재권을 행사한 것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IBK기업은행과 인천항만공사, 기술보증기금 등 20여 곳에 달하는 공공기관장 인사도 차근차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총리실은 별도의 입장자료에서 “국가적 위기상황 하에서 공공기관의 경영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국가경제와 대국민 서비스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공석이거나 임기 만료 공공기관장 중 부득이한 경우 절차에 따라 제한적으로 인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도 “적극적인 인사 개입이 아니라, 절차를 거쳐 올라온 각 부처 인사 건의에 도장을 찍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정 공백을 메우는 차원의 최소 인사를 실시하겠다는 설명이지만 우려는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공공기관장은 물론 임원급 인사까지도 개입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각 부처에서 올라온 인사 안이 여전히 청와대의 인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줄곧 비어 있던 공공기관장 인사를 굳이 지금 해야 할 만큼 시급한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탄핵 국면에서의 공직 인사는 결국 ‘관피아’에 휘둘리는 깜깜이 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임명된 이 신임 마사회도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과 기획조정실장을 거친 뒤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농진청장을 지내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내부 인사인 박양태(55) 현 마사회 경마본부장은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지만, ‘관피아’의 힘에 밀려 고배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황 권한대행이 제대로 된 검증절차도 없이 각 부처의 인사건의에 도장만 찍는다면, 해당 부처가 선호하는 인사가 그대로 공공기관장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현 정권에 줄을 댔던 인사들이 공공기관장에 임명될 가능성도 크다. 통상 주요 공공기관장 인사는 해당 부처의 건의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증을 거쳐 대통령(권한대행)의 재가로 이뤄진다. 겉으론 부처가 올린 인사를 청와대가 임명하는 것이나, 속을 들여다보면 현 정권과 밀접한 인사들이 임명되곤 했다. 황 권한대행이 인사 시스템을 정상화하지 않고 부처의 인사에 도장만 찍는다면 이런 관행을 방임하는 것이 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이 인사권을 적극 행사하기 어렵고 검증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관료 출신들만 손 쉽게 자리를 따낼 공산이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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