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분수령은 전국위
나경원-김세연조 7표차 패배
중도파들 포섭 실패가 주요인
김무성, 동료의원들과 ‘위로오찬’
“마지막까지 참아보자” 탈당 만류
유승민도 “실망스런 결과” 언급만
“비대위원장에 비주류 추천 인사”
鄭 원내대표 발언엔 불신 표출
16일 ‘도로 친박당’으로 끝난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비박계는 혼돈 그 자체다. 비박계의 얼굴 격인 나경원(4선ㆍ서울 동작을) 의원과 정책통이자 ‘유승민 라인’으로 통하는 김세연(3선ㆍ부산 금정) 의원을 묶어 정면승부를 벌였는데도 패했기 때문이다. 이날 경선에서 ‘비박계 조’를 택한 의원들(55명)은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표보다도 7명 적었다.
비박계의 두 축이자 ‘키맨’인 김무성ㆍ유승민 의원은 입을 닫았다. 의원총회 막바지에 들어가 표결하고 나오며 밝은 표정으로 “나경원이 콱 찍어뿌릿다(찍었다)”고 호기롭게 말했던 김무성 전 대표는 한동안 전화기를 꺼놨다. 표결 전 김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김학용 의원이 문자메시지를 돌려 잡은 점심 회동은 ‘위로 오찬’이 돼버렸다. 식사 자리에는 김 전 대표와 김 의원 외에 강석호 나경원 박성중 박인숙 이군현 이종구 이혜훈 정양석 홍일표 의원 등 10여명이 함께 했다. 회동에 참석한 한 의원은 “오늘 우리가 결정한 게 딱 하나 있다. 바로 기자들 전화 받지 말자는 것”이라며 무겁고도 복잡한 속내를 전했다.
회동에선 자연스레 탈당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신당 창당 고민까지 내비친 김 전 대표는 “일단은 마지막까지 참아보자”며 “최후의 수단까지 해보고 안 되면 나가자”는 취지로 의원들을 다독였다고 한다. 그러자 일부 재선ㆍ3선 의원들이 “그 최후가 바로 지금 아니냐”고 반박했지만, 다수는 “비상대책위 구성 때까지 지켜보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민 의원도 개표 결과 발표 직후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상당히 실망스런 결과”라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좀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질문이 이어지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물리쳤다. 유 의원은 경선 전날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까지 돌려 “친박이 후보를 낸다는 사실 자체도 이해할 수 없다”며 비박계 후보를 찍어달라고 설득했다. 이번 경선이 당내에서 사실상 ‘유승민의 선거’라고 여겨졌던 만큼 유 의원에겐 타격이 큰 결과다. 유 의원의 결단에 여권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비박계 한 관계자는 “비대위 구성 결과까지 보고 탈당하겠다는 건 구차한 선택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날 친박 지도부 사퇴 등을 요구하며 당무거부에 들어간 당직자들은 이날 오후 유승민 의원실에 몰려가 탈당을 만류했다. 원내대표마저 ‘도로 친박’이 되자 분당이나 당 해체 위기감을 가장 먼저 직감하고 행동에 나선 것이다. 유 의원은 당직자들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당장 탈당 목소리가 커지긴 할 텐데, 나나 나와 가까운 의원들은 아직 탈당 생각은 없다”며 “김 전 대표와도 연락을 해보긴 해야겠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경선 전 비박계 내부에서 후보 결정을 두고 잡음이 있었던 것도 패배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주영 의원이 친박계와 비박계에 속하지 않은 의원들을 모아 만든 중도모임도 스윙 보터(상황에 따라 선택을 달리하는 유권자층)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친박계는 똘똘 뭉쳐 ‘생존 투표’를 한 반면, 비박계는 흐트러진 것”이라는 관전평을 내놨다.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는 경선 정견발표와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중도그룹과 비주류의 추천 인사가 비대위원장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비박계에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무늬만 중도인사를 앉히고 사실상 친박계가 뒤에서 흔드는 수렴청정 체제가 될 수 있다”(3선 의원), “그동안 친박계가 하도 뒤통수를 쳤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재선 의원)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박계 탈당과 분당 여부를 결정할 2차 분수령은 비대위원장 선출을 위해 소집될 전국위원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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