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캠프서 해킹 유도”
백악관 대변인 공개 비판
“맞다면 왜 공개하지 않았나”
트럼프, 트위터로 정면반박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놓고 백악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정면 충돌했다. 백악관이 러시아의 민주당 이메일 해킹을 트럼프가 대선 전에 이미 알았지만 승리를 위해 감췄다며 집중포화를 쏟아내자 트럼프가 거세게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해킹 사실을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아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두고 양측의 공방은 좀처럼 가라 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대선 전인 올 10월쯤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관계를 증명하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면서 “트럼프는 러시아의 해킹 활동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게 해가 된다는 점을 사전에 알았고 그래서 이를 유도했다. 이건 분명한 팩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가 (대선 기간 내내) 러시아에 해킹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CNN은 이날 대선 기간 트럼프와 러시아 간 밀월관계를 잇는 창구역할을 트럼프 캠프에서 외교정책 자문으로 활동했던 카터 페이지와 잭 킹스턴 전 공화당 하원의원이 담당했다고 전했다. 이들 두 명이 대선 기간 내내 러시아 모스크바를 드나들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를 선물로 안기는 모종의 거래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차기 행정부에서 미국 외교를 총괄할 국무장관에 친(親) 러시아 성향의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내정한 것도 이를 위한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도 15일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에 대한 이메일 해킹의 배후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목했다. 로즈 부보좌관은 “푸틴이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러시아의 이메일 해킹이) 발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푸틴은 러시아 정부의 행위들을 공식적으로 책임지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푸틴은 옛 소련 정보기관인 KGB의 수장을 지냈던 인물인데 그가 해킹에 연루됐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15일 트위터를 통해 “만약 러시아나 어떤 다른 단체가 (민주당 이메일을) 해킹했다면 왜 (바로 공개하지 않고) 지금까지 기다린 것이냐”며 자신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는 백악관의 의도를 비난했다. 사실상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백악관의 정치공작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NYT는 “대선 기간 내내 클린턴 캠프와 언론은 러시아가 민주당 해킹에 관여했다는 것을 수 차례 제기했다”며 “트럼프가 또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미 의회인 상ㆍ하원이 지난 12일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정보위원회 조사에 나서기로 했지만 러시아의 소행을 입증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NYT는 “러시안 해커들은 전세계 국가에 흩어져 있다”며 “미국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규명하려면 해커들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인데 러시아 정부가 각국에 있는 해커들의 체포와 미국 송환을 막아서면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