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현장 검증 빈손
“국가 보안 시설” 등 이유 들며
연풍문 주변 도로 아예 차단
위원들 우여곡절 끝 입장 불구
박흥렬“보안손님은 비서실 문제, 보안 실패 아니다”
자료 제출 요구에도 버티기 일관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밝히라는 국민들의 진상규명요구를 여전히 외면했다.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가 16일 현장 조사차 직접 청와대를 찾았지만, 청와대의 비협조로 시작도 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국조특위 위원들은 애초 목표로 잡았던 경호실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고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청와대는 처음부터 ‘배째라’식 행보로 일관했다. 국가보안시설 이유를 들고 북한의 타격 위험까지 운운하며 현장조사를 거부한 청와대 경호실은 위원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철벽 방어에 나섰다. 위원들과의 면담 장소로 거론됐던 청와대 연풍문(청와대 공무수행을 위해 외부인들이 출입절차를 밟는 건물) 주변 도로를 아예 차단했고, 취재진의 접근을 원천 불허했다.
청와대와 국조특위 간 사전조율도 거의 없었다. 오후 3시 20분 제일 먼저 현장에 도착한 김성태 특위 위원장조차 “경호실 관계자들이 나온다고 하는데 저도 가봐야 알 거 같다”며 “(청와대가) 어떤 모양새로 응할지 저도 궁금하다”고 했을 정도다.
오후 3시 40분 연풍문 2층 회의실에서 국조특위와 청와대 경호실 간의 현장조사를 둘러싼 담판이 시작됐다. 국조특위는 반드시 경호실이 아니더라도 청와대 경내에서 현장조사를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다고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경호실은 “청와대 경내 진입은 허용할 수 없다”고 완강하게 거부했다. 국조특위가 요구한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보안손님 출입 기록 등 자료 제출과 열람 요구에 대해서도 경호실은 “검토 후 판단하겠다”며 버텼다. 특히 박흥렬 경호실장은 “보안손님은 비서실의 문제로, 경호실패가 아녔다”고 말했다고 특위 위원들은 전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최순실한테는 쉽게 문을 열어주더니, 국민들한테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결국 국조특위 위원들은 1시간 40분 만에 빈손으로 나와 청와대 춘추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 뜻을 대변하지 못해 대단히 송구하다”며 “특단의 대책을 만들겠다”고 했다. 국조특위는 경호실과 부속실 등을 포함한 청와대 현장조사를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강윤주기자 kkna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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