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확보에 朴수사 성패 달려
靑 “국가보안시설” 거부 불보듯
‘성역’ 뚫을 묘수 나올지 주목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64) 특별검사팀이 16일 청와대 압수수색을 공식 예고했다. 극비로 진행되는 통상의 압수수색과 견줘볼 때 사실상의 선전포고라는 해석이다. 번번이 임의자료 제출에 그친 전례를 돌파할 묘수(妙手)가 등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특검보)은 이날 오전 언론브리핑에서 “(수사) 기록을 검토해 본 결과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압수수색과 관련해 논란이 있어 현재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청와대 압수수색을 몇 차례 언급했지만, 언론브리핑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 동안 특검 안팎에서는 청와대 압수수색이 이번 수사의 성패를 가를 주요 분기점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강제모금과 대통령연설문 등 국정 주요 문건의 유출 등이 대통령의 지시와 청와대 측근들의 집행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청와대 비서실과 부속실, 관저 등의 압수수색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평가됐다.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규명을 위한 경호실과 의무실 압수수색도 필요하다.
문제는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했을 때, 돌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현행법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 또는 수색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청와대는 보안업무 규정에 따라 국가보안시설 ‘가’급으로 지정이 돼 있다.
실제 2005년 ‘유전개발 의혹’ 특검, 2012년 ‘내곡동 사저 의혹’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검찰도 10월 영장을 발부 받았으나 자료를 임의제출 받는데 그쳤다. 간단히 말해 청와대는 수사기관이 한 번도 문턱을 넘지 못한 ‘성역’이었다는 얘기다. 이 특검보 역시 “(청와대 측은) 법 조항을 근거로 드는 걸로 아는데 (압수수색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 대통령이 검찰에서 핵심 당사자로서 피의자 입건된 상태고, ‘보안손님’으로 민간인들이 자유롭게 출입한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국가기밀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명분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이 직무 정지된 것도 특검에게는 유리한 대목이다. 압수수색을 거부할 ‘책임자’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인지, 대통령 비서실장인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지만 누가 됐든 ‘대통령을 비호하려고 수사를 방해한다’는 역풍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압수수색 거부로 특검의 수사를 막는 것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법적 해석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그럼에도 청와대가 끝내 거부를 한다면 특검팀은 강제력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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