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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영남까지 위태… 정부 “도축장ㆍ사료공장 폐쇄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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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영남까지 위태… 정부 “도축장ㆍ사료공장 폐쇄도 검토”

입력
2016.12.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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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닭농장서 의심신고

경산선 죽은 큰고니서 AI 검출

영남 지방 이미 확산 가능성 커

살처분 내주 2000만마리 넘을 듯

강추위에 바이러스 생존기간 연장

방역도 어려워져 사태 악화일로

AI 위기단계별 발령기준 및 조치사항
AI 위기단계별 발령기준 및 조치사항

거침없는 조류 인플루엔자(AI)의 기세에 최후의 ‘낙동강 방어선’마저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경남과 경북에서 AI 의심 사례와 겨울철새 감염이 잇달아 발생하며, 마지막 AI 청정지대인 영남지방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정부는 대국민담화를 통해 도축장과 사료공장을 폐쇄할 수 있다는 극약처방까지 내놓았지만, AI 확산 기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분위기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AI가 발생한 농가는 162곳으로, 지역별로 보면 7개 시ㆍ도(세종 경기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강원), 26개 시ㆍ군에 달한다. 서울 및 광역시와 사육 두수가 적은 제주를 빼면, 영남만 안전지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날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명의로 담화문을 발표하고 AI 확산세 방지를 위한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당부했다. 정부는 ▦전국 모든 시ㆍ군에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전국 주요 도로에 통제초소를 운영하며 ▦필요 시 도축장과 사료공장 등 축산관련 시설도 폐쇄하기로 했다.

그러나 역대 발생한 AI 중 가장 빠른 확산 속도를 보이는 이번 AI가 단기간에 잡힐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AI로 인한 가금류 누적 살처분수는 최근 하루 100만마리 이상씩 불어나, 이날 1,656만마리에 달했다. 사상 최악으로 꼽혔던 2014년 살처분 규모(1,396만마리)는 14일에 이미 넘어섰고, 다음 주 초 2,000만마리를 넘을 기세다. 오리의 17.0%, 산란계(계란 낳는 닭)의 12.6%, 산란종계(산란계를 낳는 닭)의 49.6%가 살처분되는 등, 가금류 관련 산업은 붕괴 수준의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문제는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앞으로 사태를 가를 핵심 변수는 AI가 영남지방으로까지 확산하느냐 여부다. 3분기 기준 영남지역 5개 시ㆍ도에서 키우는 닭은 3,066만마리인데, 특히 경북(2,018만마리)의 닭 사육 규모는 경기 충남 전북에 이어 전국 4위 수준이다. 그러나 15일 부산 기장군 토종닭 농장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됐고, 경북 경산시에서 발견된 큰고니 폐사체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죽은 큰고니에서 검출된 바이러스 역시 지금 유행 중인 H5N6형 바이러스여서 영남으로 이미 확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방역당국 관계자도 “영남 상황을 점검해 본 결과 AI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또 다른 변수인 날씨도 악재다. 16일 서울 최저 영하 9도 등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강추위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AI 바이러스는 영상의 날씨에선 1개월 정도 생존하지만, 영하의 추운 날씨에서는 생존 기간이 수백일 이상으로 연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AI 바이러스의 단백질 입자는 낮은 온도에서 형태를 오래 유지하기 때문에, 추울수록 차량이나 사람 등을 매개로 더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또 날씨가 추우면 소독약이 얼어붙어 방역 효과도 떨어지게 된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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