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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권력과 지식, 사유해서는 안 되는 것들

입력
2016.12.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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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가 ‘농단(壟斷)’이다. ‘언덕 농, 끊을 단’을 쓰는 이 말은 높이 솟은 언덕을 가리키는데, 부정한 방법으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해 권력과 이익을 독점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원래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옛날 어느 비열한 사람이 물건을 팔기 위해 시장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가장 좋은 장소를 골라 이익을 독차지했는데, 여기에서 농단이라는 고사성어가 유래했다고 한다. 지금 국정농단의 패악은 공권력을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몇몇이 사유하고 독점한 데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사적 소유다. 내 것, 네 것이 명확하고 개인의 사유 재산을 국가가 보호해주는 체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대부분 갈등은 소유를 둘러싸고 이루어진다. 상속재산에 대한 소유권 분쟁, 이혼하는 부부의 재산분할 다툼, 지분을 둘러싼 갈등 등 모두 사적 소유를 위한 분쟁들이다. 사적 소유는 개인의 정당한 권리지만 사적으로 소유해서는 안 되는 것도 있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이 그러하다. 민주사회에서 권력은 누구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권력집단에 한시적으로 사용을 위임한 것일 뿐이다. 권력은 다른 사람을 강제하는 힘이다. 고전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권력을 ‘타인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개연성’이라 정의했다. 하고 싶은 것을 강제로 이룰 수 있는 힘이기에 매우 위험하며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또한 절대 사유화해서는 안 된다. 영국의 존 달버그 액턴 경은 권력의 위험성을 가리키며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지식도 권력과 마찬가지로 사유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그래서 지식도 권력이 된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지식이 가치의 원천이다. 미셸 푸코는 ‘지식권력’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하며 지식의 축과 권력의 축이 만나 인간 문명의 상징적 질서가 만들어진다고 역설했다. 배워야 사는 세상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배우며 평생학습을 해야 한다. 한번 배워서 평생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은 없으며 계속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 얼마 전 작고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1세기의 문맹이란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배운 걸 일부러 잊고, 다시 배울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독 우리 사회에서는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자기만 아는 것이 힘’이 되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 돈이 되는 정보는 혼자 독점하고, 유용한 지식은 절대 함께 나누려 하지 않는다. 지식 독점도 권력 독점만큼이나 위험하다. 지식이나 정보를 개방하고 여러 사람이 나눠야 지식의 오류도 바로잡을 수 있고 집단지성도 발현할 수 있다. 혼자만 아는 지식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무형자산인 지식은 유형자산인 물건과는 달리 남에게 나눠줘도 내 것이 없어지지 않는다. 나눌수록 가치가 더 커진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지식을 나누는 데 익숙하지 않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은 소유의 시대는 가고 접속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한다. 굳이 소유할 필요가 없고 접속해서 공유하면 된다는 것이다. 소유한 택시 없이도 우버는 세계최대 택시회사가 됐고, 소유한 부동산 없이도 에어비앤비는 세계최대 숙박업체가 됐다. 이런 게 공유경제다. 이제는 지식도 나눔과 공유의 대상이 돼야 한다. 혼자 아는 것보다 함께 알면 더 큰 힘이 된다.

권력과 지식은 서로 속성이 다르지만 사회를 움직이고 유지하는 바탕이다. 때문에 소수의 사익이 아니라 모두의 공익을 위해 써야만 한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다. 세상을 떠날 때는 아무리 큰 권력, 방대한 지식이라도 다 내려놓고 빈손으로 떠난다. 권력과 지식, 개인이 사적으로 소유하거나 독점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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