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칼자루 쥔 국회의원 의식한 듯
새누리당 소속 대구시의원들이 시국선언 예정시간을 10분 남겨두고 갑자기 취소해 지나친 중앙정치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친박계 정우택 대표가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당선되자 몸 사리기에 나섰거나 지역 국회의원들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는 등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16일 오전 11시 이동희 대구시의회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이 이날 오후 2시 대구시의회 2층 간담회장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 앞서 오후1시30분부터 긴급회의를 연 의원들은 오후 1시53분쯤 우르르 간담회장을 빠져나갔다. 이동희 대표만 남아 “오늘 시국선언 취소됐다. 제가 설명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배재훈, 오철환 의원만이 함께했다.
당초 계획된 시국선언문 내용은 새누리당의 화합과 지방분권 강화 내용을 담은 헌법 개정 요청 등 평이한 내용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고 앞으로 당의 방향 등 추이를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있었다”라며 “원내대표가 친박이라 그런 것은 아니다. 계파와는 관계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미리 정해진 원내대표 경선 때문에 급작스레 시국선언을 취소했다는 해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비박 나경원의원이 되면 하고, 친박 정우택 의원이 되면 안하고 뭐 이런 계획 아니었나”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얼버무렸다.
배재훈 대구시의회 새누리당 원내부대표는 “오전까지 모든 의원들이 시국선언에 동의한 것은 맞다”라며 “원내대표 당선 결과가 나온 후 ‘선언 시기’가 미묘하다는 의견과 ‘의원 일동’이란 말에 부담감을 느끼는 문제 제기가 몇몇 의원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시국선언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해명에서 계속해서 거론 된 ‘몇 몇 의원’들이 국회의원의 압력을 받은 시의원들이 시국선언 취소를 주도한 것이란 견해도 있다. 실제로 오후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몇 명이 찬성해가지고 이런 식(시국선언)으로 하는 건 아니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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