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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의 동물과 떠나는 세계여행] 멸종위기 뉴질랜드 토종새 ‘키위’구하기

입력
2016.12.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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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의 알을 인공부화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키위버드라이프파크’의 사육사가 박제된 키위를 보여주며 키위 보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키위의 알을 인공부화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키위버드라이프파크’의 사육사가 박제된 키위를 보여주며 키위 보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열흘 정도 뉴질랜드 남섬을 여행했다. 거의 모든 곳이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처럼 보였다. 끝없이 펼쳐진 녹색 땅과 양들 사이를 가로질렀다. 고개를 숙이고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은 마치 초록색 카펫 위에 하얗게 뿌려진 소금 같았다. 이 나라에 사람은 없고 양 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뉴질랜드 인구는 447만 명, 양은 3,000만 마리나 된다고 하니, 도시에 가지 않고서야 사람 구경하기 힘든 게 당연했다. 그렇게 운전을 하던 중, 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을 많이 발견했다. 작은 개인가 싶어 차를 길가에 세우고 내려 확인하니 호주에서 봤던 포섬(Common brushtail possum)이었다. 가만, 뉴질랜드에도 포섬이 살던가.

뉴질랜드에서 호주 토종동물 ‘포섬’이 차에 치여 죽은 것을 발견했다.
뉴질랜드에서 호주 토종동물 ‘포섬’이 차에 치여 죽은 것을 발견했다.

‘주머니여우’라고도 하는 이 유대목 포유류는 1830년대부터 사람들이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들여온 종이다. 모피는 쓰고 고기는 식용으로 수출했다. 뉴질랜드 야생 전역으로 퍼진 포섬은 1980년대가 되자 7,000만 마리까지 늘었다. 포섬은 우결핵(Bovine tuberculosis)이라는 질병을 전파하기 시작했고, 목축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포섬의 영향력은 사람뿐 아니라 뉴질랜드 자연 생태계까지 뻗어나갔다.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희귀 새인 키위 새끼를 잡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키위는 성체가 되면 포섬을 이길 수 있지만 새끼 때는 쉽게 공격 당한다. 태어난 지 6달 이하의 키위 새끼가 야생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5%도 안 된다.

어미 키위새와 새끼들. 키위즈 포 키위(Kiwis for kiwi) 페이스북
어미 키위새와 새끼들. 키위즈 포 키위(Kiwis for kiwi) 페이스북

성체도 이들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외부에서 도입된 토끼를 죽이기 위해 들여온 족제비를 비롯해 사람이 키우는 개가 성체의 가장 큰 천적이다. 천적이 거의 없는 뉴질랜드에서 키위의 날개는 이미 퇴화했기 때문에 쉽게 도망칠 수 없었다. 이러한 무차별적인 공격에 5만 마리밖에 남지 않은 키위 개체수는 매년 약 6%씩 줄어들고 있다. 5종이 있지만 그 중 두 종은 100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다행히 뉴질랜드에서는 70개 이상의 동물원과 보호단체가 정부와 함께 키위 보전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키위가 야생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에 야생에서 알을 가져와 인공부화 시킨다. 그리고 새끼가 천적에 대항할 수 있을 만큼 크면 오로코누이 에코생추어리(Orokonui Ecosanctuary) 같은 울타리가 쳐진 자연 보호구역에서 적응 후 야생으로 간다.

오로코누이에 갔을 때는 아쉽게도 키위의 똥 밖에 보지 못했다. 가이드에 따르면, 다행히 사람을 피해 돌아다닌다고 한다. 똥을 집어 들어 냄새를 맡았지만 키위가 씨앗, 벌레, 무척추동물 등을 먹어서 그런지 모양도 냄새도 다른 새들과는 달랐다.

키위는 유일하게 부리 끝에 콧구멍이 있는 새로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어, 부리로 땅을 헤집으며 냄새로 먹이를 찾는다. 결국 키위의 모습은 키위버드라이프파크(Kiwi Birdlife Park)에서 볼 수 있었다. 이곳은 키위 알을 인공부화 하는 곳으로, 다섯 마리의 키위가 야생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야행성인 키위를 위해 어둡게 해 놓은 공간으로 들어갔다. 빛과 소리에 민감한 키위를 위해 관람객 모두 조용히 해야 했고 사진도 찍을 수 없었다. 어둠에 눈이 적응하자 키위가 긴 부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먹이를 찾는 모습이 보였다.

뉴질랜드 인구는 447만 명이지만 양은 3,000만 마리나 된다고 한다.
뉴질랜드 인구는 447만 명이지만 양은 3,000만 마리나 된다고 한다.

키위는 생각보다 컸다. 키는 35~46㎝로, 뒷모습은 둥글둥글하니 축구공과 흡사했다. 마치 조류와 포유류의 중간 정도 되는 동물 같았다. 타조의 친척인 키위는 날지 않기 때문에 다른 새들과 다르다. 다른 새들은 미늘(barb)이 있는 깃털이 서로 연결돼 매끈한 반면, 키위 깃털은 미늘이 없어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마치 포유류의 털처럼 덥수룩하고 복슬복슬하다.

알을 가진 키위 암컷의 엑스레이 사진. 키위는 몸의 20%나 되는 큰 알을 낳는다.
알을 가진 키위 암컷의 엑스레이 사진. 키위는 몸의 20%나 되는 큰 알을 낳는다.

뼈에 공기가 없이 골수로 차 무겁고 체온도 38℃로 다른 새들에 비해 낮다. 가장 놀라운 점은 크기가 몸의 20%나 되는 큰 알을 낳는다는 점이다. 인간으로 치면 네 살짜리 아이를 낳는 셈이다. 알은 수컷이 80일간 품는다. 이렇게 특별한 동물인 키위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뉴질랜드의 사육-번식(captive-breeding) 프로그램 덕에 매년 150마리가 야생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생존확률은 60%로 높다. 인간의 개입으로 파괴된 야생이 또 다른 인간의 개입으로 회복되고 있다.

글·사진=양효진 수의사.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동물원 동물큐레이터로 일하고, 오래 전부터 꿈꾸던 ‘전 세계 동물 만나기 프로젝트’를 이루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시작했다. 동물원, 자연사박물관, 자연보호구역, 수족관, 농장 등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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