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심리를 준비중인 헌법재판소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기록 제출 요청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특검 수사팀은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본격적인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16일 “헌재의 수사기록 제출 요청에 대해 법리 검토 중이며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검찰과 협의한 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헌재에서 기록을 달라고 해서 법을 어겨 가면서 줄 수는 없다”면서 “수사기록을 보낼 지 여부와 어떤 자료를 보낼지에 대해서 아직 결정 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이 수사기록 제출에 난색을 보이는 이유는 검찰이 축적한 각종 수사자료가 탄핵심판 당사자인 박 대통령 측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이 본격 수사를 하기도 전에 ‘패’가 상대방에게 모두 노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해 송부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한 헌재법 제32조에 대해 헌재는 “검찰은 수사를 종료했고 특검은 아직 수사를 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순실 특검법’이 준비기간에도 수사를 진행하는 데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수사중인 사안으로 볼 여지도 있어 특검팀이 자료 제출 요청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검팀은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자료제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의 청와대 관저와 경호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진행 방안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 특검보는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하며) 형사소송법 110조 등을 근거로 내세울 걸로 아는데 압수수색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리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0월 안종범(57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및 정호성(47ㆍ구속기소) 전 부속비서관의 청와대 사무실에 대해 영장을 발부 받아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형사소송법 규정을 근거로 한 청와대의 반대에 부딪혀 청와대가 임의제출 형식으로 건넨 자료만 확보했다. 형사소송법상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나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물건’은 해당 공공기관장의 승낙 없이는 압수가 불가능하다. 다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에는 압수수색이 가능하다.
특검팀은 전날 국회 청문회 현장에서 제기된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의혹’에 대한 수사착수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특검보는 “특검법에 있는 수사를 하다가도 정윤회 문건 사건이 관련돼 있으면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면서도 “아직 수사를 한다거나 방침을 결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