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격ㆍ폭격 재개로 한때 ‘휴전 붕괴’ 우려까지
아사드는 “해방 축하” 국제사회는 휴전 압박
시리아 알레포의 반군 점령지에서 민간인 3,000여명이 탈출했지만 여전히 5만여명 이상이 갇혀 있는 상태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알레포의 “해방”을 축하하는 영상담화를 발표한 반면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은 시리아와 러시아의 ‘잔학행위’ 비판을 이어갔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15일 알레포에서 민간인 대피가 시작됐으며 현재 민간인 3,000여명과 40명 이상의 중상자가 반군이 점령하고 있던 동부 알레포에서 대피했다고 밝혔다. 적십자는 현재 동부 알레포에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우며 탈출에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스테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특사는 “알레포에는 여전히 5만명이 고립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5만명 중 민간인이 4만명이고 나머지는 전투요원과 그 가족”이라고 말했다.
당초 대피작업은 알레포에서 반군이 완전 퇴각하기로 한 14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 15일 오전까지 포격과 폭격이 재개돼 대피는 물론 휴전마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러시아는 반군 일부가 휴전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반면 터키는 시리아 정부가 약속했던 대피로 개방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가 도시를 떠나는 반군의 안전 보장을 재확인하면서 대피작업도 재개됐다.
유엔은 대피한 반군과 민간인이 대부분 반군이 점령한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 지방으로 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스투라 특사는 “이제라도 시리아 문제를 다시 스위스 제네바로 가져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리브는 제2의 알레포가 될 것”이라며 완전 휴전협정 체결을 요구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알레포 승리를 자축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15일 유튜브 시리아 대통령실 계정을 통해 시리아인들을 향한 영상담화를 발표하면서 “알레포의 해방은 지금 일어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축하’라는 말로는 그 가치를 다 표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제사회는 알레포 전투 종료를 계기로 시리아 정부와 이를 지원한 러시아를 향한 압력 수위를 높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프랑스의 요청으로 16일 알레포 위기를 다룬다. 이 회의에서는 현장 상황을 조사하고 구호물자를 전달할 국제감시관 파견 여부를 결정한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아사드 정권이 알레포에서 행한 것은 대량학살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고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도 주영 러시아ㆍ이란대사를 불러들여 “알레포 문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아사드 정권과 러시아를 겨냥한 서구 국가들의 강경 발언은 알레포 전투가 일단락된 상황에서 이들을 다시 평화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알레포를 완전히 장악하며 승세를 탄 아사드 정권이 반군과의 협상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아사드 대통령은 지난 10월 “알레포는 다른 지역의 반군 축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 공언한 바 있어, 일시 휴전이 끝나면 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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