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성조사 결과 나오기도 전에 예산 편성
전문가 의견도 무시, 자문위원들 사퇴
郡 “지역경제 발전 반드시 추진”밝혀
전북 진안군이 마이산케이블카 조성사업을 타당성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설계예산부터 편성하고 환경파괴와 경제성분석에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무시한 채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케이블카 타당성용역 자문위원들은 “진안군수의 들러리가 될 수 없다”며 위원직을 사퇴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15일 진안군에 따르면 군 관광개발사업소는 마이산케이블카 조성사업을 위한 실시설계용역비 10억원을 내년도 예산에 편성했다. 진안군의회는 지난 9일 예산결산위원회를 열어 ‘예산은 승인하되 사업은 국비 확보 후 시행한다’는 조건부로 통과시키고 본회의 최종 의결을 남겨 놓고 있다.
그러나 군은 타당성조사 용역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약속해놓고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달 7일 자문위원회에 제출된 경제성분석 자료에 관광객 수, 탑승률, 관련법 저촉 여부, 경관 변화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됐는데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자문위원회 위원 3명은 전날 군의 일방행정에 반발해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진안군이 진행 중인 타당성조사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문을 하는 것은 부당하고, 독선적인 진안군수의 들러리 역할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진행 중인 타당성조사 용역 중 경제성 부분을 제3의 기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영업 손실, 환경문제 등의 지적 사항이 나왔지만 군이 이를 의도적으로 빼거나 외면하고 군수는 자문위원회 논의 내용까지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군은 ㈜영원에 의뢰한 사업 타당성조사 용역 내용 중 탑승객 예상인원과 영업수익, 운영비 등 경제성분석 등을 공개했다. 하지만 자문위원회는 용역 내용에 문제점이 있다며 제3의 기관 2곳에 검증을 요청했다.
검증 결과 군의 경제성분석 내용 중 방문객 수 산정시 명확한 근거나 논리적인 설명이 부족하고 케이블카의 이동 동선에 따른 이용요금 산정 부적절성, 주민들의 사업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 시 표본추출에 따른 결과의 왜곡 우려 등이 지적됐다.
이은순 전 자문위원은 “자문위원회에서 어떠한 의견을 내더라도 제대로 수렴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군의회도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진안군수의 일방통행을 제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군과 의회를 싸잡아 비판했다.
환경파괴 논란도 빚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환경파괴와 예산낭비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천혜의 자연환경과 지질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마이산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며 타당성용역 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자문위원회를 열어 타당성조사 최종 결과보고와 제3의 기관의 경제성분석 검증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며 “마이산 케이블카는 지역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사업은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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