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콜롬비아)의 국제축구연맹(FIFA) 2016 클럽월드컵 준결승에서 이색적인 장면이 나왔다. 가시마의 니시 다이고(29)가 전반 27분경 페널티 박스 안에서 넘어졌지만 주심은 경기를 그대로 진행했다. 하지만 그는 잠시 뒤 헤드셋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더니 곧바로 그라운드 옆에서 영상을 확인하고는 가시마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비디오 판독’을 통해 아틀레티코 수비수의 반칙을 확인한 것이다. 가시마가 페널티킥 득점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하자 비디오 판독이 이날 승부를 바꿨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도 내년부터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전격 도입한다. 프로축구연맹은 “내년 3월부터 6월까지 테스트를 거쳐 7월부터 정식 운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오심 문제로 몸살을 앓아온 K리그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왜 7월인가
세계 축구 규칙을 관장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지난 3월 앞으로 2년간 비디오 판독을 시행해보고 그 후에 영구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역대 FIFA 주관 대회로는 처음으로 클럽월드컵에서 비디오 판독이 도입됐고 K리그도 이 흐름에 발맞추기로 했다.
프로연맹은 내년 7월 이후 본격적으로 비디오 판독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에 앞서 3~6월에 40여 경기에서 오프라인 테스트를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운영하되 실제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종의 시범 운영이다. 비디오 판독은 챌린지(2부)에서 시작해 문제가 없으면 바로 클래식(1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리플레이 센터형과 경기장 설치형, 차량형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K리그는 설치 비용이 가장 저렴한 차량형을 채택할 예정이다. 판독 장비를 갖춘 차량이 경기장으로 이동해 중계차량 옆에서 화면을 받는 방식이다. 1대당 약 10억 원의 비용이 드는데 프로연맹은 일단 3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K리그는 보통 토, 일요일에 11경기(클래식 6ㆍ챌린지 5)가 열리는데 3대의 차량이 이틀에 걸쳐 6경기를 커버하게 된다.
4가지 사항만 가능
프로야구와 프로농구, 프로배구는 예전부터 비디오 판독을 하고 있다. 모두 감독들이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반면 축구는 주심에게만 권한이 있다. 주심은 경기 중 무선 헤드셋을 통해 ‘비디오 부심(Video Assistant Referees)’에게 판독을 요청한다. 비디오 부심도 주심에게 제안할 수 있지만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주심 몫이다. 주심과 비디오 부심만 대화하며 다른 심판과 경기ㆍ심판감독은 이 내용을 들을 수 있다.
비디오 판독실에서 영상을 검토해 전송하면 주심은 그라운드 옆에 설치된 ‘심판 검토 구역’에서 편집된 영상을 직접 본다. 이 구역은 심판만 접근 가능하며 ‘리뷰 어시스턴트’만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득점, 페널티킥, 퇴장 그리고 중대한 파울을 범한 선수를 확인할 때 등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4가지 요소만 판독 대상이다. 횟수에 제한은 없다.
시간을 단축하라
하지만 비디오 판독이 경기의 흐름을 끊어 축구의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주심이 판독을 요청하고 판정을 확인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덜란드축구협회는 2011년부터 FA컵 45경기에서 오프라인 테스트를 했다. 주심이 내린 1,890개의 판정 중 12개가 비디오 판독으로 번복됐다. 판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1초였다. 하지만 이는 시뮬레이션일 결과일 뿐이다. 가시마와 아틀레티코의 클럽월드컵 영상을 보면 1분 가까이 소요된다. 이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안착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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