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1년 만에 기준금리 0.25%p 인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1년 만에 금리를 올리며 돈줄 죄기에 시동을 걸었다. 연준이 그간 “연내 금리 인상”을 수 차례 강조해 온 만큼 금리 인상 그 자체는 시장이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였다.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운 건 향후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연준의 시그널. 연준위원들은 내년 적정 금리인상 횟수를 기존 두 차례에서 세 차례로 늘려 예고했다.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금리 공습이 1,300조원에 달하는 한국 경제의 가계빚 뇌관을 건드리는 동시에 급격한 자본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연준은 14일(현지시간) 이틀간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노동시장 조건과 물가 상승을 고려해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며 기준금리를 종전 0.25~0.50%에서 0.50~0.75%로 0.25%포인트 높였다. 지난해 12월 금리를 인상한 지 1년 만이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내년 금리인상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이라 밝혔고, 연준도 이날 성명서에서 ‘점진적인 조정’이란 말을 두 차례나 써가며 급격한 금리인상과 거리를 뒀다.
하지만 시장은 연준의 점도표를 근거로 미국 금리인상이 보다 가파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 17명이 생각하는 적정 금리수준을 점으로 찍어 나타낸 표다. 이날 새로 공개된 점도표에서 연준 위원들은 내년 말 기준금리가 1.25~1.50%가 적절하다고 내다봤다. 지난 9월 제시한 내년 전망치(1.00~1.25%)보다 0.25%포인트 올렸다.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씩 높인다고 할 때 내년 금리인상 횟수가 두 번보다 세 번이 적당하다고 봤다는 뜻이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완화를 선호하던 연준이 매파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3개월 연속 상승세인 미국 소비자물가,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실업률(4.6%) 등 미국 경제의 견조한 회복세가 긴축 행보의 배경이 됐지만, 여기엔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대규모 재정지출 정책에 대한 견제의 성격도 담겨 있다는 관측이다. 옐런 의장은 “현 시점에서 재정정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며 “(트럼프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내년도 금리 인상 전망을 변화시킨 변수 중 하나였을 수 있다”고 트럼프와 각을 세웠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내년 3월, 늦어도 내년 6월부터는 연준의 금리인상 랠리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빠르면 내년 3월 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에 반영된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은 6월(78.5%), 5월(39.3%), 3월(26.8%) 순이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정확대 정책이 시행되면 물가상승 압력이 커져 금리인상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우리 경제의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뇌관에 불을 당길 것으로 우려된다. 저금리로 근근이 버티던 가계가 줄줄이 한계상황에 내몰릴 경우 가뜩이나 위축돼 있던 소비가 더욱 쪼그라드는 것은 물론, 빚으로 떠받쳐온 부동산 경기도 급랭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에 쏠려있던 달러가 더 높은 수익을 좋아 급격히 빠져나가는 자본유출은 우리 경제에 이중 충격이다. 우리나라의 자본유출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에 더해 다른 신흥국의 경제 침체에 따른 우회적인 피해도 만만찮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흥국 수출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57.1%)인 우리 경제로서는 가뜩이나 내리막을 걷고 있는 수출 타격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가 흔들릴 경우 건설경기ㆍ부동산 시장 급랭, 외국인 자본 유출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충격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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