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 서비스 시행 1년여
인문ㆍ과학 등 학술영역 넘어
스타트업 등 실용분야로 확장
수강자는 갈수록 줄어 주춤
홍성경 세종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지난달 중순부터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케이 무크(K-MOOCㆍKorea-Massive Open Online Course)에 ‘알기 쉬운 드론 항법제어I’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강의는 미래 산업의 대표적인 먹거리로 꼽히는 드론의 핵심 기술 이해를 돕는 제어ㆍ항법 분야와 기술 현황, 시장 전망을 고루 담은 ‘종합선물세트’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주어진 부품을 직접 조립해 드론을 비행해 보는 ‘K-MOOC 세종대 드론 대회’도 내년 1월부터 열린다니 ‘드론 덕후’들은 구미가 당길만하다. 강사와 수강생 간에 양방향 소통이 부족하다고 인식되는 온라인강의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묘수다. 홍 교수는 "드론 시장은 이제 겨우 방송ㆍ취미용 시장만 열린 초기 단계"라며 "기초 공학 지식을 가진 수강생은 물론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강의와 실험을 접목해 알기 쉽게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생소한 강의는 드론 뿐만이 아니다. 케이 무크는 지난해 10월 26일 시범 서비스 개통 이후 인문학 과학 법학 등 학술적 영역에서 강의를 개설하다가 점차 범주를 넓혀왔다. 발레 공연 해석과 시연을 담은 ‘발레: 융합문화예술의 실제I(김주원 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 교수)’, 스타트업 창업과 성공 사례를 배우는 ‘세상을 바꾸는 스타트업 이야기(손동원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 외)’, 빅데이터 활용의 기본적인 방법론을 습득하는 ‘빅데이터 첫걸음(유환조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 등 다양한 실용학문도 수강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무크의 시작은 미국이 먼저다. 유다시티(Udacity), 코세라(Coursera), 에덱스(edEX) 등 1세대 무크 기업들은 2012년부터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스탠포드대 등 일류 대학들의 강의를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공유하는 사업을 시작해 누구나 양질의 고등교육 강의에 접근할 수 있는 일대 변혁을 일궜다. 이런 교육혁명은 유럽 아시아로 빠르게 번져나갔고, 교육부는 지난해 2월 정부 주도로 한 온라인강좌 시스템인 케이 무크 사업 계획을 내놨다. 대학의 비용 절감, 고등교육 기회의 평등을 기치로 내건 케이 무크는 올해 강의 개수 145개, 누적 수강신청이 17만명에 도달했다.
그러나 막 시행 1년이 지난 걸음마 단계이다 보니 보완할 부분도 많다. 우선 저변 확대가 급선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0월 발간한 ‘2017년도 공공기관 정부지원사업 평가’에 따르면 케이 무크 월별 방문자 수는 시범 서비스가 개통됐던 지난해 10월 21만명에 달했던 것에 비해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8월에는 9만명에 미치지 못했다. 수강신청자 수도 첫 달 3만8,000명을 기록했으나 점점 감소 추세다. 교육부는 미국 유수 기업의 평균 이수율(3~7%)보다 높은 이수율(9%ㆍ올해 1학기 기준)에서 희망을 찾고 있지만 역시 공개 강의의 한계를 보여주는 수치다.
외국 모델과 달리 지속적으로 국고가 투입되는 구조도 문제다. 유다시티, 코세라, 에덱스 등은 유료강좌 수강료와 시험응시료, 수료증 발급이나 채용 알선 수수료를 거둬들이는 것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또 교육부 산하기관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2008년 12월부터 시행해 온 교육자료 공개 서비스 KOCW(Korea Open CourseWare)와 연계되지 못하고 나란히 운영 중인 것도 예산 낭비로 지적되고 있다. KOCW 역시 고등교육 교수학습자료를 무료로 공개하는 서비스로 내용과 성격은 거의 유사하다.
선구자들은 질적 측면에서도 이미 저만치 앞서가 있는 상황이다. 800여개 강좌, 1,000만여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코세라는 공개 강좌를 취업과 연계해 수강생들의 구직과 이력 관리를 돕고 있다. 유다시티는 기업 연계를 통한 학위 인증 서비스뿐만 아니라 온라인 석사과정 운영까지 범주를 넓혔다. 실습, 현장 시험, 채팅 등 온라인 강의의 한계를 뛰어넘고 쌍방향 학습이 가능한 서비스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정으로 운영하다 보니 상업적 활용이나 기업 지원의 확보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상업적 활용보다 평생교육의 측면에서 기반을 확대해 나가는 단계”라며 “우선은 수강생 유입을 늘리기 위해 ‘차린 반찬’이 많도록 내년까지 강좌 개수를 300개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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