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자신을 비판했던 IT(정보통신) 업계 거물들을 만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일자리 창출과 규제 완화 문제에서 협조가 필요한 양측이 구원(舊怨)을 털고 전략적 화해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IT 기업인들을 만나 “이 세상에 여러분들 같은 놀라운 이들은 없다”고 추켜세운 뒤 “엄청난 혁신이 계속되길 원한다. 우리는 여러분 곁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직원에게 전화를 하거나 내게 직접 연락하라”고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했다. 이날 회담에는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래리 페이지 CEO,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COO(최고운영책임자) 등 IT 거물 13명이 총출동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모임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애플의 쿡 CEO는 “당선인과 이야기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며 “당신을 도울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탈세 의혹을 고발한 워싱턴포스트의 소유주이기도 한 베조스는 “차기 정부가 혁신적인 정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매우 흥분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미국의 새로운 보스가 졸개들(minions)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했다.
미국 IT기업인들은 이날 만남으로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IT 기업인 상당수가 대선 기간 트럼프를 비판해, 트럼프가 당선 이후 보복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트럼프는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애플 등을 향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45%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베조스를 향해서는 “내가 당선되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IT업계로서는 트럼프가 내민 화해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들이 추진하는 자율주행차, 로봇, 인공지능 개발사업 등은 규제 완화를 위해 정부와의 밀접한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도 자신의 최대공약인 일자리 확충을 위해 미 경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IT업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또 자신에 비판적이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 CEO 등 IT 기업인 3명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에 합류시키는 파격 인사를 선보였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IT업계와 적극 협력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가 석유ㆍ석탄 에너지 개발로 미국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실제 IT업계의 성장을 지원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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