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사군도 7개 섬에 미사일 배치
주변국 반발에도 군사기지화 박차
美 ‘하나의 중국’ 위협 맞대응 차원
양국 분쟁의 파고 더 높아질 듯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중인 인공섬 대부분에 대공망을 구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미국의 차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에도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미중 간 분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영국 BBC에 따르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단체인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AMTI)는 중국이 난사(南沙)군도(스프래틀리 군도)에 짓고 있는 화양자오(華陽礁ㆍ쿠아르테론 암초) 등 인공섬 4곳의 6각형 모양 빌딩을 위성사진으로 촬영ㆍ분석한 결과 대공포 배치와 미사일방어체계 구축 사실을 확인했다. AMTI는 해당 인공섬의 모든 건물이 군사적 방어용 건축물이며 일부 위장 흔적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AMTI 측은 이들 인공섬에 구축된 구조물을 군사적 긴급사태 대비용으로 평가한 뒤 “일부는 미국 또는 다른 나라의 크루즈미사일 공격에 대한 최후 방어라인으로 공군기지 역할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들 인공섬 4곳에 구축된 구조물이 인근의 다른 인공섬 3곳에 있는 시설보다 강화된 방어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난사군도 내 융수자오(永暑礁ㆍ피어리 크로스 암초)와 메이지자오(美濟礁ㆍ미스치프 환초), 주비자오(渚碧礁ㆍ수비 암초) 등 3곳의 인공섬에 항공기 격납고 등을 짓는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을 게재한 바 있다. AMTI의 이번 분석은 중국이 난사군도 내 인공섬 7곳 모두를 군사기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의 군사기지화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폭스뉴스는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에 제4세대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훙치(紅旗ㆍHQ)-26을 배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중국이 주변국 반발로 철수시켰던 방공미사일 HQ-9을 다시 설치했다고 전했다.
외교가에선 중국이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 내 다수의 인공섬을 군사기지화하고 있다는 이번 보도가 나온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취임을 목전에 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하나의 중국’ 원칙을 뒤흔들면서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ㆍ태평양 회귀전략에 비판적이었던 트럼프 당선인의 인식이 바뀔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남중국해 분쟁은 일본과 러시아, 대만 호주, 한국,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ㆍASEAN) 등이 얽히고설킨 문제여서 언제든 미중 간 핵심 갈등현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뿐만 아니라 필리핀과 베트남, 대만 등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관련국 다수가 이미 군사기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당초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정책에서 아시아의 비중이 줄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최근 일련의 상황으로 이런 전망도 흔들리는 듯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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