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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기막힌 모욕을…” 미술 거장들의 친근한 뒷모습

입력
2016.12.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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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은 선배화가 이세득에게 보낸 친필 편지(1969)에서 동료화가들에게서 받은 비난에 대한 설움을 표하고 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제공
이우환은 선배화가 이세득에게 보낸 친필 편지(1969)에서 동료화가들에게서 받은 비난에 대한 설움을 표하고 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제공

이우환 편지ㆍ류경채 이력서 등

이색 자료 400여점 눈길

“선생님께 제 얘기를 일체 안 해서 그렇지 실은 저를 앞에 두고 직접 호령하는 선배도 있었고 욕을 퍼붓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는 그런 그림 집어치우라고 근대미술관 모씨에게 청원을 올린 작가도 있었다는 것은 오히려 서글프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남 앞에 자랑할만한 작품은 없습니다마는 그렇다고 남도 아닌 자기나라 선배들에게 기 막히는 모욕을 당할 줄이야 정말 몰랐습니다.”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에게도 서러운 시절이 있었다. 이우환은 1969년 “무엇이든지 자꾸 얘기해보고 싶어진다”는 선배화가 이세득에게 친필 편지를 보내 그의 심경을 이렇게 고백했다. 1968년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회화전’ 참가와 관련해 많은 비난과 모욕을 받아 ‘서글프고 부끄럽다’는 것이다.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명시하지는 않았다. “앞으로 더 한층 배워서 그네들에게 떳떳이 자랑할 수 있는 작품을 내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의지를 다졌을 뿐이다.

화려한 작품에 가려진 작가들의 진솔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전시 ‘작가가 걸어온 길-화가와 아카이브’가 서울 종로구 홍지동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20일부터 4월 29일까지 열린다. 박물관 수집자료와 함께 기증 받은 아카이브 자료 400여 점과 작품 4점을 소개한다.

내밀한 심경 고백과 다짐이 담긴 이우환의 친필 편지부터 서양화가 류경채가 1965년까지의 자신의 경력과 화력을 소상히 기재한 친필 이력서, 1956년 국전모임 회의 후 식당에서 찍은 기념사진 등 이색 자료가 포함됐다. 창작물을 사이에 두고 만났을 때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가라는 존재는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친근하게 관람객 앞에 선다.

서양화가 류경채의 친필 이력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제공
서양화가 류경채의 친필 이력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제공

김달진 관장은 “지난해에는 7개 기관에서 아카이브 자료 대여 요청이 왔는데 올해는 13개 기관으로 늘었다”며 “아카이브의 존재와 가치를 더욱 널리 알리고 되새기고자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전시와 연계해 강연 및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내년 1월 25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40년 동안 미술자료를 수집해온 김달진 관장이 직접 ‘나의 미술 아카이브 수집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강연한다. 어린이를 겨냥한 ‘나는 아키비스트’라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해 다양한 자료를 수집ㆍ분석ㆍ조사ㆍ정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체험해볼 기회도 준다. 체험프로그램은 내년 1월 17일, 19일, 24일 모두 3차례 진행한다. 홈페이지에서 이달 20일부터 신청가능하며 참가비는 무료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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