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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학술 발표회, 공연으로 유쾌한 변신

입력
2016.12.1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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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마스크의 기원에 대한 학술보고서: 김기찬에 의거하여’ 학술 공연은 재개발로 사라진 골목길 문화를 집중 조명한다. 김기찬 사진
'타이거마스크의 기원에 대한 학술보고서: 김기찬에 의거하여’ 학술 공연은 재개발로 사라진 골목길 문화를 집중 조명한다. 김기찬 사진

타이거마스크로 본 골목길 문화

‘골목길 사진가’ 김기찬 작업 조명

1년간 준비한 국내 첫 학술공연

197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타이거마스크.’ 시야 확보를 위해 동그랗고 작은 구멍을 두 개 낸, 지금 보면 조악하기 짝이 없는 종이 가면을 쓴 아이들은 마치 대단한 영웅이라도 된 양 골목 구석구석을 누볐다. 이제는 타이거마스크도, 아이들도 사라졌다. 동심의 무대가 됐던 골목길도 찾기 힘들다. ‘타이거마스크를 쓰고 놀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작성된 학술 보고서가 공연 형태로 발표되는 이색 무대가 마련됐다.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플랫폼엘)는 학술공연 ‘타이거마스크의 기원에 대한 학술보고서: 김기찬에 의거하여’를 16일(오후 8시), 17일(오후 6시) 이틀간 연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선보이는 형태의 공연 겸 강연이다. 골목길을 기록했던 사진가 김기찬(1938~2005)의 작업에서 발견한 타이거마스크를 실마리로 이제는 사라지고 만 골목길 문화를 조명하는 자리다.

이영준 계원예대 교수(기계비평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아시아문화원에서 사진가 김기찬의 사진 1만여 점을 아카이빙하는 과정에서, 그를 단순히 ‘골목길 사진가’가 아니라 ‘한국 근대화에 따르는 도시 변화를 기록한 사진가’로 재정의하고 논의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 자리서는 이 교수를 비롯해 한금현 상지대 교수(사진연구원),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가 김기찬의 작업과 골목길에 대한 관점을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김기찬의 사진을 ‘골목길의 추억’이라는 면에 국한할 수 없다는 점을 역설하며 도시 개발로 사라진 것들을 살핀다. 발표자들은 발표 논문을 토대로 대본을 만들었고, 사진ㆍ영상부터 음향ㆍ조명ㆍ동선 등을 구성했다. 강연자는 대본을 외워야 하고, 중간중간 퍼포먼스도 선보인다. 공연 일주일 전부터는 현장 리허설도 진행 중이다.

이영준 교수는 14일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학술발표는 통상 발표문을 줄줄 읽으니 재미가 없고 내용도 제대로 전달된다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재미있고 새로운 형태의 학술 발표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학술공연 리허설 사진.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제공
학술공연 리허설 사진.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제공

하지만 준비가 만만치 않았다. 시간만 1년을 소요했다. 공연 티켓은 1만원, 한번 공연에 약 130명 정도 수용할 수 있으니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처음 선보이는 새로운 형태의 학술 발표”라는데 의의를 둔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공연은 플랫폼엘 인터넷사이트(platform-l.org)와 현장에서 예매 가능하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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