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조사보단 방문조사 시사
최경희 前총장 모르쇠 일관에
“교육자가 그러면 안 돼” 일침
정유라 소환조사 뜻도 내비쳐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64) 특별검사가 수사의 하이라이트가 될 박근혜 대통령 직접 조사를 가급적 한 번에 끝내겠다고 15일 밝혔다.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는 얘기이자, 박 대통령 조사를 수사의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특검은 이날 출입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대통령) 조사를 두 번, 세 번 할 수는 없으니 최대한 한 번에 끝내는 것이 좋고, 최대로 해도 두 번 정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검찰의 3차례 소환 요청에 불응하면서 “특검의 조사에는 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특검은 임명 직후 “서면조사는 시험 보기 전 답안지를 미리 보여주는 것으로 바로 대면조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특검은 “여기(특검 사무실)로 오는 것은 경호상의 문제가 많고, 대통령 예우를 지켜야 한다”며 방문조사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법조계에서도 안가 등 청와대나 특검 사무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박 대통령 측과 특검팀은 아직 조사일정을 조율하기 위한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
박 특검은 이어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규명하는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청문회에 나온 주요 증인들에 대해 “아주 뻔한 것을 위증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언)태도를 보면서 저 사람이 저렇게 진술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수사에 참고하겠다”고 덧붙였다. 특검이 검토 중인 검찰 수사자료와 비교해 일부 증언자들의 위증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최순실(60·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0)씨 부정입학 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등이 이날 청문회에 나와 모르쇠로 일관한 것에 대해 “(그러면) 누가 부정 입학시킨 것이냐. 교육자라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검팀은 국조특위를 모니터링하는 전담 직원을 두고, 주요 증언을 녹화해 수사팀과 공유하고 있다.
박 특검은 현재 독일에 잠적해 있는 정씨에 대해 “자진해 들어오는 게 최고지만, (독일 수사당국과) 공조 등을 통해 귀국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소환 조사의 뜻을 내비쳤다. 특검팀은 이를 위해 독일 사법체계를 잘 아는 변호사를 특별수사관으로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최씨 감찰 무마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만에 하나 특검 조사에 불응한다면 체포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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