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위축과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우리나라 수출 전선에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또 다른 대형 악재가 터졌다. 달러화 강세로 신흥국 경기 침체가 가속화할 경우 이 지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0~0.75%로, 0.25%포인트 올렸다. 그 동안 미국의 저금리에 신흥국으로 몰렸던 글로벌 투자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한국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의 대(對) 신흥국 수출 비중은 57.1%(1~10월 기준)이나 된다. 이는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9월 수출기업 2,000곳을 수출 대상 지역별로 나눈 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수출 영향 전망을 조사한 결과로도 확인된다. 중남미(60%) 중동(44.7%) 동남아(40.2%) 등 신흥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의 부정적 응답이 미국(28.3%) 유럽연합(32.4%) 일본(28.8%) 등 선진국에 수출하는 기업보다 훨씬 컸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최근 유가 상승세를 발판으로 내년부터 회복세가 기대됐던 정유, 석유화학, 조선 등의 업종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달러화가 강세가 되면 상대적으로 원유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유가 상승으로 그 동안 끊겼던 해양플랜트 발주가 내년에는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며 “유가 상승세가 꺾이면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러시아, 중동, 남미 등의 신흥국 수요가 줄어 자동차 산업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특히 신흥국 통화 약세로 이어지면 자동차 업체의 현지 수익성은 더 악화할 수 밖에 없다. 또 자동차 할부금리 상승은 차 구매를 제약할 수도 있다.
항공업계도 미 금리 인상으로 발생하는 달러부채 이자비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환율과 원자재 가격보다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반도체 업종은 미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부품, 무선통신기기 등은 달러화 강세로 오히려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특히 수출 기업 실적 중 원화 환산 이익과 수익성은 예상보다 커질 수도 있다.
이날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은 긴급 대책 회의 등을 열고 미 금리 인상으로 인한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향후 파장 등을 면밀히 살피기로 했다.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는 “원하 가치 하락으로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생길 수 있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조치 강화 등 대외 악재가 많아 가격 경쟁력 개선 효과를 그대로 누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 금리 인상은 미국이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방증인 만큼 신흥국을 대신해사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업종별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우리나라의 1~11월 수출은 4,505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나 감소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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