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시절 미국 필라델피아 뒷골목 불량배로 방황하다가 복싱에 입문해 ‘인생 역전’에 성공한 전설의 복서 버나드 홉킨스(51ㆍ미국)가 이번 주말 은퇴 경기를 마지막으로 28년간 정든 링을 떠난다.
홉킨스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더 포럼에서 백인 파워 복서 조 스미스 주니어(27ㆍ미국)를 상대로 고별전을 치른다. 불혹을 넘어 지천명의 나이지만 투지나 펀치력은 20대 파이터에 못지 않다. 홉킨스는 2014년 4월 만 49세 3개월의 나이에 WBA(세계복싱협회)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을 획득하며 역대 최고령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7개월 뒤 ‘러시아의 핵주먹’ 세르게이 코발레프에게 0-3 판정패를 당한 이후 2년간의 공백기를 가졌지만 홉킨스는 마지막 무대에서 28년 복싱 경력에 마침표를 화려하게 찍을 수 있는 강력한 상대를 원했다. 그는 고별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나는 (나에 대한) 책이 좋게 쓰이길 바란다”며 “좋은 책은 시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끝이 중요하다. 마지막 정점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홉킨스는 17세의 나이에 강도 혐의로 18년 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던 중 본격적으로 복싱을 시작했다. 1988년 감형으로 풀려난 후 프로에 입문했고 로이 존스 주니어, 오스카 델라호야, 저메인 테일러(이상 미국) 등과 명승부를 펼치며 미들급 사상 가장 성공한 복서 중 한 명으로 평가되고 있다. 홉킨스의 프로 통산 전적은 55승(32KO) 2무 7패다.
항상 링에 오를 때마다 저승사자를 연상시키는 검정색 망토를 쓰고 음산하게 등장해 ‘사형집행인(The Executioner)’이라는 별명으로도 잘 알려졌다. 홉킨스는 “우리 인간은 자신에게 한계를 설정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며 “내가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홉킨스와 라이트헤비급 12라운드 경기를 펼치는 스미스는 뉴욕 롱아일랜드 출신의 파워 복서다. 스미스는 지난 6월 월드 랭커 안제이 폰파라를 1라운드 만에 KO로 눕히며 전 세계 복싱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스미스의 전적은 22승(18KO) 1패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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