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날이 추워졌다. 겨울철의 심한 추위를 흔히 ‘강추위’라고 하는데, 이 말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로 고유어 접두사 ‘강-’이 결합한 ‘강추위’가 있는데,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를 가리킨다. 이 접두사 ‘강-’는 ‘마른’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강기침(마른기침), 강모(마른논에 억지로 심는 모), 강서리(늦가을의 된서리)’ 등의 말에서 볼 수 있다. ‘강더위’는 비는 오지 않고 볕만 내리쬐는 심한 더위를 가리키는 말로서 이 ‘강추위’의 반대말이 된다.
두 번째로 한자어 접두사 ‘강(强)-’이 결합한 ‘강추위’가 있다. 이는 눈이 오고 매운바람이 부는 심한 추위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폭설이 내리는 강추위’라고 한다면 이 두 번째 ‘강추위’가 된다. 얼핏 한 낱말로 보이는 ‘강추위’지만 실은 두 가지 다른 말인 것이다.
추위와 관련하여 흔히 잘못 쓰는 말로 ‘시려워’가 있다. 동요 ‘겨울바람’에서도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과 같이 ‘시려워’라는 표현이 쓰이지만, 의외로 이는 표준어가 아니다. 표준어는 그냥 ‘시려’이다.
‘시려워’는 ‘시렵다’가 ‘두렵다->두려워, 어렵다->어려워’처럼 활용한 것인데, 이 ‘시렵다’가 표준어가 아닌 것이다. 표준어는 ‘시리다’이고, 이것이 활용하면 ‘시려’가 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언론 기사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시려워, 시려워요’ 등은 ‘시려, 시려요’로 쓰는 것이 옳다.
“추워진 날씨에 손이 시려워” -> 시려
“코가 시려워요” -> 시려요
올 겨울은 “강추위에 손이 시려요.”와 같은 표현을 쓸 날이 많지 않았으면 한다. 날씨는 춥더라도 마음만은 따뜻한 겨울이 되기를 소망한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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