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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상] 글로벌 머니무브 본격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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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상] 글로벌 머니무브 본격화되나

입력
2016.12.1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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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투자금 연쇄 이동으로 신흥국 경제 연쇄 충격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 세계 투자자산의 대이동이 본격화하면서 가뜩이나 불확실성이 큰 세계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몰고 올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중앙은행의 경쟁적인 돈 풀기로 신흥국에 쏠렸던 투자자금이 미국 금리인상을 계기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신흥국발(發)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신흥국의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11월 8일~12월 7일) 신흥국 주식형펀드에서는 90억8,100만 달러, 신흥국 채권형펀드에서는 119억6,50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한 달 사이 무려 210억4,600만달러(약 24조5,000억원)가 신흥국을 탈출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선진국 주식형펀드에는 422억7,800만 달러가 순유입됐다. 특히 그 중에서 북미 지역에 99%(420억1,500만 달러ㆍ약 50조원)가 몰렸다. 미국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만으로 상당량의 투자자금이 몰린 것이다. 서비룡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만큼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투자자금 이동 속도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은 건 신흥국들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강달러 현상이 계속되고, 각국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릴 경우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신흥국의 부채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채는 보통 달러로 표시돼 있어 신흥국 통화가 약세가 되면 갚아야 할 돈은 더 늘어난다.

이미 브라질ㆍ인도 등 20개 주요 신흥국 기업(금융기관 제외)의 채무 잔고는 2008년 9조 달러에서 25조 달러(올해 3월 기준ㆍ약 2경9,000조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신흥국 기업들이 2010년 이후 발행한 채권이 차례로 만기를 맞으면서 2016~2018년 상환액이 2013~2015년보다 40% 많은 3,400억 달러(약 39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흥국에 쏠렸던 투자자금이 미국 금리 인상을 계기로 ‘유턴’할 경우 중국 경기 둔화로 이미 타격을 입은 신흥국 기업들이 원리금 상환은 물론, 만기연장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줄도산 위기에 처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최근 신용등급을 측정하는 118개 신흥시장의 은행 중 33%가 부실대출 등으로 신용등급 하락 위기(올해 3분기 기준)에 처해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는 국제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분기에 기록했던 32%를 넘어선 수치다. 일부 신흥국이 금융위기에 빠질 경우 외국인 자금의 연쇄 이탈이 발생하면서 신흥국 전반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금 이탈을 최소화하려면 신흥국도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멕시코가 지난달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5.25%로 올리며 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터키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0.5% 인상하는 등 금융시장에서는 앞으로 더 많은 신흥국들이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신흥국의 금리 인상 조치가 오히려 침체된 자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 또한 여전하다. 골드만삭스가 내년 인도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6.8%에서 6.3%로 낮추는 등 이미 국제 투자은행(IB)들이 신흥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있다. HSBC는 “신흥국에게 내년은 2009년 이후 가장 힘든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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