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언론에 보도된 의혹만 나열
입학 비리 정유라 징계 요청
대한승마협회가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위해 온갖 비상식적인 지원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시행한 승마협회 특정감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하지만 그 동안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됐던 의혹들을 나열하는데 그쳐 ‘반쪽 감사’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후원하는 ‘대한승마협회 중장기로드맵’은 1단계에서만 최대 505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이지만 타당성 검토 없이 협회 임원이 자의적으로 추진했다. 2015년 6월 승마협회 김 모 전무가 지시했고 박 모 전 전무가 초안을 만들었다. 삼성은 협회로부터 마장마술 10여 명, 장애물 10여 명의 선수를 추천 받았는데 여기에 정유라가 포함됐다. 이 중 박 전 전무는 최순실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최순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받고 어떤 전횡을 일삼았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문체부 관게자는 “박 전 전무와 연락이 닿지 않아 면담을 못했다. 수사권이 없는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승마협회는 정유라가 청담고에 다니던 2013년 3월 31일 학교에 국가대표 합동훈련(2014년 3~6월)을 이유로 정유라에 대해 국가대표 시간 할애 요청을 했다. 하지만 실제 이 기간 대표 훈련은 없었다. 또 김 모 전무는 아무런 내용과 시간을 적지 않은 백지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해 정유라가 5건, 40시간의 봉사활동 실적을 인정받도록 했다. 정유라의 국가대표 훈련 보고서도 제출기한 초과와 훈련 장소ㆍ책임자와 같은 주요 내용 누락, 선수서명 불일치 등 허위와 부실로 가득했다.
정유라가 금메달을 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도 의문투성이다.
승마협회는 아시안게임이 열리던 해 6월에 국가대표 선발전 심판 선정을 의결한 이사회에서 대회 공정성을 위해 보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승마협회 모 차장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담당 직원과 심판이사에게 요청해 배정된 심판들의 일부 신상을 알아냈다. 그러나 모 차장이 이 정보를 누구에게 누설했으며 실제로 심판들이 대표 선발전에서 정유라 등 특정 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렸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2014년 10월 제주 전국체전 승마경기장이 대회 직전 제주도에서 인천 드림파크 승마장으로 바뀌는 과정도 문제가 있었다. 개막 4개월 전까지 체육회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승마협회는 일방적으로 개최지 변경을 요청했고 체육회도 대회 8일 전에 승인했다. 드림파크 승마장은 정유라가 한 달 전 아시안게임에서 승마 단체전 금메달을 딴 곳으로 자신이 익숙한 장소로 교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승마협회가 2015년 8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개정한 것도 위반이었다. 기존에는 선발전을 3회 실시하도록 돼 있었는데 세계선수권대회 참가 자격을 획득한 경우 선발전을 개최하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 해외에 머물고 있는 정 씨가 국내 선발전에 출전하지 않아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도록 특혜를 준 건 아닌지 의심 가는 대목이다. 이는 직전 개정일(2015년 2월) 이후 1년 이상 지나야 규정을 개정할 수 있으며 1년 이내에 재개정하려면 체육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문체부는 이번 특정감사 결과에 따라 관련 규정 위반, 허위문서 발급 등을 한 관련자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이 자료를 특검에 제출해 수사에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또 체육특기자 입학 비리가 확인된 정유라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도록 체육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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