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제재 가담하며 평화조약 언급”
영토 문제 즉시 해결 어려울 듯
경제협력만 챙기는 ‘먹튀’ 우려도
블라디미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이틀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아베 총리는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문제, 푸틴 대통령은 대규모 경제지원 합의를 끌어내는 게 각각의 목적이지만 일본측 기대에 걸맞은 성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푸틴 측이 방일을 코앞에 두고 찬물을 끼얹는 행보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13일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방영토 및 평화조약 체결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공세를 시작했다. 푸틴은 “평화조약 체결 조건에 대한 합의는 신뢰에 기반해야 하는데, 일본은 러시아 제재에 가담하고 있다”며 “제재를 하면서 어떻게 관계 수준을 높일 수 있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크림반도 합병을 이유로 한 서방진영의 제재에 일본이 가담한 점을 새삼 끄집어내 불만을 노골화한 것이다. 그는 “양국간 어떤 영토문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러시아 정부 관리도 “경제제재가 유지되는 한 양국관계는 방해되고 곤란하다”며 주요7개국(G7)의 제재 대열에서 일본이 이탈할 것을 압박하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이 관리는 “영토문제가 즉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면 어리석고 서로에게 해롭다”며 “1956년 일본이 옛 소련에 대한 제재에 가담하고 있다면 소ㆍ일 공동선언이 가능했을지 생각해보라”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은 이에 대해 푸틴측이 미일 동맹관계를 공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옛 소련이 1956년 소ㆍ일 공동선언에서 평화조약 체결 후 소련이 시코탄, 하보마이 두 섬을 인도한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1960년 미일안보조약 개정 등 정세변화를 이유로 2개 섬 반환의사를 백지화한 전례와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내에선 러시아 경제지원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북방영토 반환에 대한 성과가 부실할 경우 러시아가 경제협력만을 챙기는 ‘먹튀’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장관은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프로젝트는 융자나 투자를 한 뒤 반환받을 수 있는 것들”이라며 “먹튀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고 정상회담 무용론을 진화하고 나섰다.
한편 유도 유단자인 푸틴은 방일 기간 일본 유도의 성지인 도쿄 고도칸(講道館)을 찾아 ‘유도영웅’ 야마시타 야스히로 등을 만날 예정이다. 푸틴과 아베는 8개 분야 경제협력 외에 쿠릴 4개섬에서 양국의 공동경제활동, 무비자 인적교류 확대 등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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