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 쇼트트랙의 유일한 취약 종목은 단거리 500m다.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남자 500m에서 채지훈이 금메달을 수확한 이후 남녀 통틀어 모두 5회 연속 ‘노 골드’에 그쳤다.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힘이 외국 선수들보다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한국 쇼트트랙은 올림픽 모의고사 무대인 2016~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겸 2018 평창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대회에서 500m 정복에 도전한다. 여자 대표팀의 ‘쌍끌이’ 심석희(19ㆍ한국체대)와 최민정(18ㆍ서현고)은 14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미디어데이에서 “500m 종목에 욕심난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500m가 취약 종목이라는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심석희, 최민정은 올해 월드컵 1~3차 대회에서 3개 대회 연속 2관왕을 차지한 최강자다. 1,500m와 1,000m에서 이들의 적수는 없다. 그러나 500m에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최민정은 2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심석희는 3차 대회 때 올 시즌 처음으로 500m에 나가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들은 이번 테스트 이벤트를 통해 500m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궁극적으로 1년2개월 남은 평창올림픽 금메달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심석희는 “단거리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면서 “단거리에 약하다는 외부의 시선에 겁먹지 않고 오히려 맞선다는 생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그 동안 한국 선수들이 불리한 체격 조건 때문에 순간적인 파워를 내지 못해 단거리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것 같다”며 “현재 근력 운동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단거리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거리 종목 약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하는 것은 단지 500m 금메달 획득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500m에서 더 나은 성적을 내기 위해 근력을 키우면 1,000m와 1,500m, 3,000m 계주 레이스를 펼치는 데도 도움을 준다는 판단이다. 심석희는 “단거리를 보완하다 보면 1,000m와 1,500m에서도 순간적으로 힘을 써야 할 때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또 최민정은 “운동량이 늘다 보니까 체력도 같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펼쳐지는 이번 대회를 통해 평창올림픽 예행연습을 완벽하게 하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강릉 출신 심석희는 “강릉 아이스 아레나는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곳인데 많은 경험을 쌓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남자 대표팀 맏형 이정수(27ㆍ고양시청) 역시 “테스트 이벤트지만 평창올림픽이 열릴 경기장에서 개최되는 대회인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평창올림픽 빙상 종목 테스트 이벤트가 열리는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14일 처음으로 경기장에서 훈련을 마친 쇼트트랙 대표팀은 모두 빙질 상태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도 드러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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