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최소 1개월 이상
첫 달 통상 임금 100% 보전
여성 휴직기간도 2년 확대 추진
롯데그룹이 내년부터 ‘남성 직원 의무 육아 휴직’ 제도를 시행한다.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이다. 남성 직원들이 회사 눈치를 보느라 법적으로 보장된 육아 휴직도 마음껏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바뀌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신동빈 회장과 여성 임직원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성 리더십 행사인 ‘제5회 WOW(Way of Women) 포럼’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남성 직원 육아휴직 의무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롯데 전 계열사 남성 직원들은 내년 1월1일부터 배우자가 출산한 경우 의무적으로 최소 1개월 이상 휴직해야 한다. 회사는 정부지원금(최대 100만원)을 제외한 차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휴직자의 첫 달 통상 임금을 100% 보전해 준다. 남성 직원들이 최소 한 달은 급여 감소 없이 마음 놓고 육아휴직을 해, 아내의 육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롯데가 이 같은 방안을 내놓은 것은 국내 육아휴직제도가 남성 직장인들에게는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휴직을 신청할 경우 사업주는 이를 허용해야 한다. 그러나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경직된 조직 분위기 때문에 실제로 남성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통계청의 ‘2016 일ㆍ가정 양립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 휴직자는 전년에 비해 42.5% 늘었지만 총량은 여전히 4,874명에 그쳐, 여성(8만2,498명)의 17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롯데 관계자는 “전 계열사 임직원 12만명 중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 직원은 연 평균 200명에 불과했다”며 “남성 직원 육아휴직 의무화가 시행되면 1,300명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롯데는 또 내년부터 여성 육아 휴직자들에게도 휴직 첫 달 통상 임금을 지급하고, 여직원의 육아휴직 기간도 현재 ‘최대 1년’에서 ‘최대 2년’으로 늘릴 계획이다. 롯데는 앞서 2012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여직원에 대한 ‘의무 육아휴직’을 도입, 이전까지 60%대에 불과했던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95%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롯데 관계자는 “직장인들이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일을 줄여야 기업 경쟁력 향상과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은 인종ㆍ성별ㆍ출신 등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인재 기용에 노력한 공로로 대상을 받았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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