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차기 행정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국가안보보좌관 중앙정보국장 국방장관 국무장관 중국대사 등 주요 외교ㆍ안보정책 결정자들의 인선도 마무리되었다. 이들 가운데는 전직 정보기관장, 석유기업 사장, 주지사, 군사령관 출신도 있고, 정책 성향은 강성이고 저돌적이고 직설적인 면모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전체적인 진용으로 볼 때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보다는 중동이나 러시아에 비중을 둘 것이라는 예상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당선인을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ㆍ안보 진용이 정치외교 경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비즈니스 마인드 중심으로 국제관계를 접근할 경우 세계가 불안정해질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성향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핵심적인 북핵문제와 동맹관계에서 생각해보자. 세계 최대의 안보 관심사 중 하나인 북핵문제에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취할 선택지는 무엇인가. 중국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미국의 아시아정책 경향과 트럼프의 비즈니스 마인드가 결합할 우 북핵문제는 방치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기간에 중국의 환율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현격한 무역 역조 개선을 위해 45% 관세 부과를 공언했다. 당선 직후 트럼프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한 것이나 중국 정부의 ‘하나의 중국’ 정책 재검토를 시사한 것은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양보를 얻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압박용으로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 책임론을 강조할 수 있다. 그럴 때 중국은 북한 제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제재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석탄 수출량 통제에 협조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 포기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북한은 표정 관리하며 핵 능력의 고도화와 실전화를 추구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동을 안정화(?)하고 석유자원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고 북극개발에 적극 나설 경우에도 북핵문제는 방치될 수 있다. 트럼프가 석유업자이자 푸틴의 오랜 친구인 틸러슨을 국무장관에 내정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러시아는 2003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5자회담을 6자회담으로 만들어낸 후, 북핵문제를 관련국들의 이해를 균형적으로 반영해 외교적으로 해결하자는 태도를 취해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하며 대러 관계 개선을 다룰 경우에도 북핵문제는 방치될 수도 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통 큰 양자 협상에 나서거나 핵시설에 대한 제한 공습을 단행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미동맹관계는 근본적인 의문에 직면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한미관계를 전통적인 동맹관계 발전보다는 실리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한미FTA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한국이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을 추가 부담할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한ㆍ중ㆍ일 3국이 만들어내는 세계 경제성장과 무역 규모와 이들이 대미 교역에서 얻는 이익은 미 행정부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통상협상을 시도할 것인데, 안보문제도 실리적 관심으로 접근할 경우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부시, 오바마 행정부를 거치며 한미관계는 군사동맹에서 경제동맹, 가치동맹으로 확대 발전해 왔다. 트럼프의 실리 중심적 대한정책이 가시화하면 이런 한미관계가 근본적인 도전을 받으며 양국 정부는 물론 국민적 차원에서도 상호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ㆍ안보정책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양국 간 관심사를 공동이익의 관점에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과도적 정국이 조기 수습되어야 할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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