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ㆍ백악관 진용 거의 마무리
장관 인선 구체화… 농무ㆍ보훈만 남아
강경 비난 퍼붓던 인물 파격 기용
국정 두 축 안보ㆍ경제라인에는
공직 경험 없는 현장 전문가 배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 차기 미국 행정부와 백악관 참모진의 윤곽이 13일 거의 구체화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아침 렉스 틸러슨(64) 엑손모빌 회장을 국무장관에 공식 지정하는 한편, 릭 페리(66) 전 텍사스 주지사와 라이언 정커(55) 하원의원을 각각 에너지부와 내무부 장관에 내정했디. 아직 정하지 못한 장관은 농무와 보훈부 두 자리로 이 또한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과 워싱턴 정가에서는 틸러슨 회장을 국무장관에 내정한 것을 대표 사례로 거론하며 ‘변칙 인선’이라고 지적했다. 정권을 이끌 핵심 인물들을 기성 주도세력인 워싱턴 정가와 동떨어진 ‘워싱턴 아웃사이더’ 위주로 발탁해 대대적인 정치 혁신도 예고했다. 특히 국정의 두 축인 안보 및 경제라인에 군인과 월스트리트 출신 등 공직 경험이 없는 현장 전문가가 전진 배치됐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것처럼 각료들도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이라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ABC방송은 이와 관련, 트럼프의 내각 인선을 ‘3G 내각’이라고 표현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출신, 군 장성(Generals) 출신, 억만장자 초갑부(Gazillionaires) 인사들이 주축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경제부처에는 실물경제를 중시하는 금융인과 기업가들이 대거 포진했다. 경제부처 맏형인 재무장관에 내정된 스티븐 므누신(53)이 대표 인물이다. 그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17년간 근무한 뒤 헤지펀드 듄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창립하는 등 금융업자로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게리 콘(56)이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지명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윌버 로스(79) 상무장관 지명자도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의 최고 수장까지 오를 정도로 금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사모투자회사 ‘W.L.로스 앤드 컴퍼니’를 운영하면서 ‘파산의 왕’ 또는 ‘기업 사냥꾼’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평소 해당 부처를 비판하거나 심지어 해체까지 주장했던 인물들이 발탁된 것도 눈에 띈다. 앤드루 퍼즈더(노동), 스콧 프루이트(환경보호청), 릭 페리(에너지) 내정자 등이다. 이들은 각각 최저임금 인상반대, 환경규제 철폐, 에너지부 폐지 등을 주장했던 인물들로 해당 부처에 대한 강도 높은 업무 혁신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국방ㆍ안보분야에서는 군 장성 출신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군 장성 출신은 국방장관에 내정된 제임스 매티스(66) 전 중부사령관이다. 사병으로 시작해 44년간 복무하며 4성 장군까지 진급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미친 개’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군인정신과 전투력을 강조하지만 7,000권의 전략서적을 탐독했을 정도로 군사이론가이기도 하다.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내정된 전 남부사령관 존 켈리(66) 역시 40년 이상의 군 경력을 갖고 있다. 사령관 재직 때 중남미 지역의 마약조직들과 맞섰던 켈리 전 사령관은 트럼프의 강경 이민정책을 시행하는 임무를 맡을 예정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지명된 마이클 플린(58)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도 군 장성 출신이다. 이들 세 명은 버락 오바마 정부의 국방ㆍ안보정책이 유약하다고 비판해왔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 밖에도 역대 가장 부유한 내각으로 불릴 정도로 억만장자 장관이 많다. 재산 규모 1억5,000만달러의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가 초라해 보일 정도다.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 지명자는 51억 달러, 로스 상무장관 지명자 재산은 약 29억 달러다. 내각 구성원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청장에 내정된 린다 맥마흔(68)의 재산도 13억 달러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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