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이라크 국영TV ‘알바그다디아(Al-Baghdadia)’ 기자 문타다르 알자이디(Muntadhar al-Zaidi, 1979~)가 2008년 12월 14일 기자회견장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졌다. 그는 먼저 한 짝을 던지며 “이건 이라크 시민들의 작별 키스다, 개자식아(You Dog)”라고 고함쳤고, 나머지 한 짝을 던지며 “이건 과부들과 고아들, 모든 살해당한 이라크 인들을 위해서다”라고 소리쳤다. 이슬람 문화에서 신발을 던지는 건 큰 모욕이라고 한다.
알자이디는 금세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했고, 그 와중에 백악관 대변인 다나 페리노(Dana Perino)가 마이크에 얼굴을 부딪쳐 눈에 멍이 들었다. 회견장에서 끌려나가는 동안에도 그는 “개자식”이라며 아쉬운 듯 부시를 찾았다.
조연이긴 했지만 부시도 대단했다. 소동이 진정된 뒤 몇몇 이라크 기자들이 대신 사과하자 부시는 “이라크 국민을 대표해서 해준 사과에 감사한다. 나는 괜찮다. 사실을 알고 싶으실 테니 말하는데, 그가 던진 신발은 10 사이즈였다”고 말했다.
바그다드 외곽 사드르(Sadr City)에서 태어난 알자이디는 이라크전 미군의 무차별 공습을 겪으며 성장했고, 바그대드대학서 언론학을 전공한 뒤 2005년 기자가 됐다. 등교길 이라크 소녀가 미 주둔군에 의해 살해된 사건 보도 등을 통해 그는 초년부터 꽤 유명한 기자였다고 한다.
알자이디는 20007년 11월 16일 출근길에 괴한들에게 납치 당해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 이라크 언론인 단체와 국경없는기자회 등이 즉각 성명을 냈고, 그는 사흘째인 18일 새벽 풀려났다. 그는 이듬해 1월에도 미군에 의해 강제 연행됐고, 집을 수색 당했다. 그는 미국에 비우호적인 기자였고, 시아파 교도였다.
신발 사건으로 그는 아랍사회의 큰 존경을 받았고, 신발은 반미 시위의 상징이 됐다. 그의 구두를 거액에 사겠다고 제안한 이도 있었다. 미국과 이라크 당국은 그의 신발을 폐기했다. 2009년 3월 3년 형을 선고 받은 그는 항소심에서 1년으로 감형됐고, 9개월 뒤인 9월 가석방돼 방송사로 복귀했다. 석방 직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복지재단을 설립해 고아원과 아동 병원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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