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구당 명목 계파 결사체 꾸려
당 주도권 유지 속내 드러내
비박계는 시국위 해체 후 재정비
전국위서 당 해산 추진 전략
탈당 시점 기다리며 명분 쌓기
오늘 의원총회서 ‘혈투’ 예상
새누리당이 간판만 유지한 채 사실상 ‘비박당’과 ‘친박당’으로 갈리게 됐다. 친박계가 구당을 명목으로 계파 결사체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을 꾸리자, 비박계도 비상시국위원회를 해체하고 새 조직 구성을 선포했다. 당내 두 모임이 향후 중도세력까지 아우르는 신보수당과 구보수당으로 전환되면 차기 대선은 보수당 다자구도 속에서 치러지게 된다.
탈당으로 사실상 마음을 굳힌 김무성 전 대표가 13일 공개적으로 신당 창당을 고민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 나름의 분기점이다. 친박계가 주말을 기점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민심을 거스르고 당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본색을 드러내자, 비박계 차원의 응전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대표는 그동안 비상시국위에 참여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의원들에게 탈당이 불가피하다고 설득하고 탈당파에게도 ‘함께 하자’는 신호를 보내왔다. 최근엔 상도동계 선배 정치인들을 만나 탈당과 신당 창당 계획을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를 만난 한 인사는 “수명이 다한 새누리당에 남아 개조할 생각하지 말고 신당을 만들어 보수세력의 새 구심이 되어주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그 밀알 역할을 하라고 당부했다”며 “김 전 대표도 적극 공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점은 김 전 대표도 정하지 아직 못했다. 주변에선 탈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권 관계자는 “당의 주인은 우리(비박계)고, 탈당해야 할 청산 대상은 친박계인데도 민심을 외면하고 끝까지 버티니 어쩔 수 없이 나가게 되는 때를 기다리며 명분 쌓기 행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시국위 내부에 “당에 남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것도 변수다. 현재 비상시국위에서는 당을 해산시켜 자연스럽게 분당과 재창당의 수순을 밟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당헌ㆍ당규상 당 해산은 최고의결기구인 전당대회에서 결정해야 하지만, 전대 소집이 어려운 때에는 전국위원회가 대행할 수 있다. 21일로 예정된 이정현 대표의 사퇴 이후에도 친박 최고위원들이 퇴진을 거부하거나 비상대책위원회를 친박계로만 구성할 때엔 전국위에서 당 해산 의결을 밀어붙이겠다는 게 비박계의 전략이다.
비상시국위의 요구로 14일 열기로 한 의원총회가 향후 분당 여부를 가를 1차 분수령으로 꼽힌다. 의총에서 비박계는 지도부 퇴진과 친박 책임론을, 친박계는 비박계의 해당행위를 주장하면서 혈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박계는 친박계를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노예”로, 친박은 비박을 “배신을 일삼는 패륜아”로 부르는 등 이미 감정의 골이 깊이 패인 상태다.
이런 가운데 무당파 모임도 생겨났다.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5선의 이주영 의원은 12일 첫 회동을 한 사실을 이날 공개했다. 이 의원은 “당이 깨지지 않고 화합단결을 이루기 위해 중도 위치를 지키고 계신 34명의 의원들께 감사하다”며 “우리가 나서서 완충 역할을 하자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또 하나의 새로운 분파로 비쳐지지 않도록 모임 이름을 갖지 않기로 했다”며 15일 2차 회동 사실을 알렸다.
향후 비박계의 행로는 16일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비박계가 ‘진검 승부’로 임한다면 당내 잔류 투쟁을 염두에 둔 것이고, 친박계의 의지대로 흘러가도록 ‘방관 투쟁’한다면 탈당으로 기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