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훈련장 내 모형 건물내 보관
부실한 폭발물 관리 드러나
점화 원인도 아직 파악 못해
다친 병사들 대부분 화상 피해
군, 처음엔 부상자 수 줄여 발표
울산의 한 군부대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현역병사 24명이 부상을 입었다. 규정된 폭발물 저장소가 아닌 훈련장 조립식 건물에 쌓아둔 연습용 수류탄 폭약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군이 폭발물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13일 오전 11시 45분께 울산 북구 신현동 육군 53사단 예하 군부대 예비군훈련장에서 폭발사고가 나 현역 병사 24명이 중경상을 입고 울산대병원 시티병원 등에 후송됐다. 부상을 당한 군인들은 화상이나 발목골절 등의 상처를 입었으나 생명이 위독한 환자는 없었다.
이날 사고는 훈련장 내 시가지 전투장 모형 가운데 한 조립식 건물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발생했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한 병사는 “건물 옆을 지나던 중 건물에서 ‘쾅’하는 폭발음과 함께 몸이 날아갈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부대 인근 공사장의 근로자는 “부대 안에서 ‘쾅’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피어 올랐다”고 전했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군은 “탄약관리병이 연습용 수류탄 1,500여발을 해체해 안에 있던 많은 분량의 화약을 폭발 지점에 모아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 화약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점화원과 접촉해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이 부대는 올해 여름 소진해야 할 연습용 수류탄 1,500여 발이 남자 수류탄을 해체해 안에 있던 화약을 따로 모아 보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량의 수류탄을 분리해 화약만 모아두면 상당한 폭발력이 있는 것으로 군 관계자는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군부대 측은 사고브리핑에서 “폭발이 발생한 조립식 건물은 교보재나 인화성 물질 등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닌 곳으로 평소에는 아무것도 보관하지 않았으며, 현장에서 폭발물이나 인화성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혀 폭발물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사실을 고의로 은폐하려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사고 초기에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히지 않은데다 부상자수도 축소 발표하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사고 수습에 나섰지만 군 측의 정보 통제로 경위 파악 등이 늦어지기도 했다.
부상자는 화상환자가 많았다. 울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이모(21) 병사는 오른쪽 다리 3도 화상에다 오른쪽 발목이 부러지는 등 중상자로 분류돼 헬기 편으로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됐다. 박모(22) 병사 등 4명은 얼굴과 양손 양다리 허리 등에 2도 화상을 입어 부산의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됐다. 발생한 폭발사고로 다친 24명은 모두 20∼23세 현역병사였다. 사고가 난 군부대는 울산 북구와 동구 예비군훈련장이지만, 사고 당시 예비군 훈련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폭발흔적 등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하는 한편 군 폭발물처리팀, 헌병수사대 등과 고의 폭발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공혐의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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