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챌린지(2부)에서 클래식(1부)으로 승격한 강원FC가 프로축구 K리그 이적 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강원은 최근 이근호(31)와 계약한 데 이어 오범석(32), 김경중(25)을 잇달아 영입했다. 모두 전직 국가대표ㆍ올림픽대표다. 이 밖에 김승용(31)을 포함해 대표급 선수를 몇 명 더 영입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조태룡 강원FC 사장은 “내년에 20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겠다. 목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3위 이상)이다”고 목표를 밝혔다.
강원의 파격적인 행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K리그 고위 관계자는 “조 대표는 프로야구단 넥센 단장 시절 승부사와 지략가의 면모를 동시에 보였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넥센을 프로야구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프로축구에서도 새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한 에이전트도 “프로축구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는데 모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팀이 나타나 활기가 돈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팀의 규모에 비해 선수 영입에 무리하게 돈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원의 작년 예산은 65억 원인데 이근호 영입에만 20억 원을 넘게 썼다. 또한 아무리 승격 팀이지만 1년 만에 세 배 이상 볼륨을 키우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다른 에이전트는 “선수들 사이에서 (강원의 목표가) 지키지 못할 부도수표가 아니냐는 말이 돈다”고 전했다. 다른 K리그 관계자도 “강원이 프로축구를 이슈화시키는 건 좋지만 과연 그만한 돈을 끌어오는 게 가능할지는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사장은 “그런 걱정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라고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면 안 되는 법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시험공부도 열심히 안 하고 성적이 좋길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강조했다.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우수 선수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프로축구에 바람을 일으켜 스폰서를 끌어오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겠다는 의미다.
강원의 가장 큰 수입원은 도의 재정 지원과 메인스폰서인 하이원리조트의 후원 금액이다. 조 사장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나는 지자체나 스폰서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는 말이 가장 듣기 싫다”고 했다. 이어 “강원도민이 실향민 포함 300만 명이다. 우리 구단이 도민 1명에게 1년에 만 원어치 행복을 줘도 300억 원이다. 지자체로부터 100억 원만 받아도 서로 엄청난 이득이다. 하이원리조트 역시 구단을 통해 홍보가 잘 돼서 많은 관광객이 그들의 시설을 누려 매출에 기여하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대표는 “걱정 없는 도전이 어디 있느냐. 우리가 가는 길이 외롭긴 한데 나중에 성공하면 더 크게 박수를 쳐 달라”고 자신했다.
분명한 건 강원의 행보가 다른 시민구단이 가지 않은 길이라는 점이다. 강원이 내년 시즌 성적이나 구단 운영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 지 축구계 전체가 주목하는 이유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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