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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이후 대비, 반려동물 미래… 별걸 다 해주는 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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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이후 대비, 반려동물 미래… 별걸 다 해주는 신탁

입력
2016.12.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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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비 걱정 더는 치매신탁

자녀간 불화 막는 유언대용 신탁

세테크 효과 사전증여 신탁

펫신탁은 위탁자 사망 이후

새 부양자에 개ㆍ고양이 양육비

다양한 생활밀착형 신탁상품들/2016-12-12(한국일보)
다양한 생활밀착형 신탁상품들/2016-12-12(한국일보)

지난해 치매 초기 진단을 받은 70대 중반 여성 A씨는 최근 두 자녀와 상의해 재산 5억원을 은행의 ‘치매신탁’에 맡기기로 했다. A씨가 병원ㆍ간병비를 위해 살던 집을 처분하자 직계 가족인 두 자녀 사이에 불화 조짐이 일었다. 미국에 사는 딸은 한국에서 A씨를 돌보는 아들 내외가 어머니의 재산을 사업비로 쓸까 우려했다. 은행 신탁 가입 후엔 아들이 A씨 병원비 등을 은행에 청구하면, 은행이 병원비 영수증 등 관련 서류를 검토해 돈을 지급한다. 신탁계약에는 A씨 사망 후 남은 재산을 은행이 아들과 딸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는 내용도 담겨 있어 A씨는 노후 보장과 함께 가족의 불화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고객(위탁자)이 돈을 맡기면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 등 수탁자가 위탁자와의 계약 내용대로 재산을 처분하는 신탁(信託) 제도가 차츰 일상 속을 파고 들고 있다. 그간 주로 거액 자산가용 상품으로 여겨졌던 것이, 요즘엔 금융사들도 신탁업을 신규 수익원으로 여기면서 생활 밀착형 신탁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어서다.

최근 출시된 생활밀착형 신탁으로는 KB국민은행이 지난 10월 선보인 ‘펫(Pet)신탁’이 있다. 위탁자가 은행에 반려동물(개, 고양이로 한정) 양육비로 일정액을 넣어두면, 위탁자 사망 이후 새 부양자에게 은행이 책임지고 반려동물 양육비를 일시 또는 분할 지급해 주는 상품이다. 새 부양자는 정기적으로 반려동물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은행에서 양육비를 받을 수 있어 부양자의 도덕적 해이도 막을 수 있다.

치매 이후의 삶을 대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신탁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앞으로 치매에 걸리거나 법원의 성년후견개시심판 등을 받는 것을 대비할 수 있는 치매 관련 신탁은 건강한 시점에 미리 재산의 활용과 상속 방식 등을 정해준 뒤 치매 등 발생 이후 은행에 자금을 집행하게 하는 것이 원리다.

가령 위탁자가 은행과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돈을 맡기면 치매가 발병했을 때 후견인이 치매 치료 및 요양 자금을 정기적으로 받아 위탁자를 위해 사용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또 신탁 해지 등 중요 사항에 있어서는 후견감독인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할 수 있어 후견인의 부정행위로부터 위탁자의 재산도 보호할 수 있다. 관련 상품으로 치매안심신탁ㆍ성년후견지원신탁(KEB하나은행) KB성년후견제도 지원신탁(국민은행) 등이 출시돼 있다.

재산을 미리 증여하자니 자녀들이 앞으로 효도에 소홀해질까 걱정이 되고, 사망 시점까지 재산을 떠안고 있으려니 자녀 간 불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해볼 수 있다. 보증인 동행 등 절차가 복잡한 유언장 작성보다 간편하고 효력이 미치는 범위도 더 넓다. 이를 활용하면 위탁자가 수탁자에 재산을 맡기면서 본인을 수익자로 정하고, 사망 후 생전에 정해놓은 수익자(배우자, 자녀, 제3자 등)에게 신탁 재산을 안정적으로 승계할 수 있어 가족간의 불화를 예방할 수 있다. 또 최초 상속인 사망 이후엔 효력이 없어지는 유언장과 달리,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하면 2대, 3대 등까지 연속 상속도 미리 지정할 수 있다. 가령 남편이 아내를 거쳐 자식들에게까지 줄 유산을 미리 지정할 수 있는 것이다.

세(稅)테크에 도움이 되는 신탁도 있다. 사전증여신탁은 신탁에서 발생한 수익과 원금을 자녀에게 지급할 때는 이를 연 10%씩 할인해 증여세를 계산하는 세법 조항을 활용한 상품으로 일반 증여보다 증여세를 40%까지 줄일 수 있다. 가령 현금 10억원을 자녀에게 단순 증여할 때는 증여세가 2억원 넘게 발생하지만 신탁을 통해 10년간 나누어 매년 1억원씩 증여하면 증여세가 1억1,500만원으로 40% 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실제론 10억원인 증여재산이 할인을 거쳐 6억7,600만원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신탁 재산에는 연 1~2%의 자산운용 수익이 붙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신탁 보수(수수료)가 과도할 경우 손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신탁을 고를 때는 금융사에 내는 수수료 개념인 신탁 보수를 눈 여겨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맡긴 재산의 규모가 클수록, 재산 배분 방식 등 계약 내용이 단순할수록 보수율이 낮아진다. 신탁 보수는 금융사별로 다를 수 있어 직접 보수율 등을 비교해본 뒤 조건이 좋은 곳에서 계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팀장은 “본인 사후에도 장기적으로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해줄 수 있는, 신탁 경험이 풍부한 금융사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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