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유력 정치인 여동생들 소유
지주들, 수 차례 매각 요구 거절 전력
부동산 경기침체에 “50억에 사 달라”
포항시의회 “혈세 낭비” 우려
경북 포항시가 지역 유력 정치인의 여동생들에게 임차료를 주고 공영주차장으로 운영 중인 땅을 아예 매입하기로 해 논란이다. 문제의 부지는 포항시가 예전에도 수 차례나 매각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곳으로,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자 되레 포항시에 매입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남구 송도동 430의 1 등 포항운하 바로 옆에 공영주차장으로 활용 중인 4,065.8㎡의 부지를 매입키로 하고 내년 예산에 50억 원을 편성, 시의회에 넘겼다. 포항시는 지난 2009년 10월부터 이 땅을 임차해 현재까지 공영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해당 부지는 향토기업인 ㈜삼일이 운전면허학원으로 쓰던 곳으로, 삼일그룹 부회장을 역임한 새누리당 강석호(영양ㆍ영덕ㆍ봉화ㆍ울진) 국회의원의 여동생 4명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포항시는 이 땅이 동해안 최대 전통시장인 포항 죽도시장과 가까워 공영주차장으로 활용하면 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지난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 매각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포항시는 지난 2009년 10월부터 해당 부지를 임차해 현재까지 공영주차장으로 쓰고 있지만 소유권이 없어 추가 시설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포항시는 “소유주가 먼저 매입을 요청한데다 포항운하 개통과 해양공원 완공 등으로 주차수요가 늘 것으로 보여 매입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포항시의회의 시선은 차갑다. 포항시가 두 차례나 해당 상임위원회에 예산편성 설명을 했으나 부정적 반응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간 4,800만 원의 임차료를 주고 있지만 연간 주차수입은 3,000여 만 원에 불과하고, 그나마 인건비를 제외하면 더욱 쪼그라들게 된다. 이용차량이 2013년 2만1,388대에서 2014년 2만1,303대, 지난해 1만8,534대로 해마다 줄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매입하는 것이 임차료를 주는 것보다 부담이 훨씬 크다는 점도 작용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포항시의원은 “과거 부동산 경기가 좋던 시절 포항시가 그렇게 팔라고 해도 모른 척 하더니, 이제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니 사달라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50억 원이라는 땅값도 주변 시세보다 비싼 것 같고, 또 실제 매매협상이 시작되면 더 요구할 가능성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삼일이 포항시 남구 대송면에서 화물터미널을 운영하면서 주차료보다 수입이 좋은 야적장으로 활용한 데 따른 반감도 여전하다. 이상훈 포항시의원은 “지역에서 유일하게 화물주차장을 운영해 온 삼일 측이 주차비보다 수입이 좋은 철강제품 야적장으로 임대하는 바람에 정작 화물차들은 노상주차를 해야 했고, 포항시는 이를 해결하느라 수십 억 원의 예산을 들여 별도의 화물 공영주차장을 준비 중에 있다”며 “이런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포항시 관계자는 “부지 소유주가 토지 매매후 매각대금을 수 년에 걸쳐 받겠다는 등 여러 가지로 배려해 주고 있다”며 “해당 부지 주변은 상습침수지역으로, 빗물펌프장 설치가 필요한 만큼 소유권을 확보하면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매입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