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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개혁 인도에 투자할 때

입력
2016.12.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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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전략가의 재테크 한 수]<13>인도 주식형 펀드

허창인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이사
허창인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이사

미국 대선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고조되던 지난 11월 8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TV생중계를 통해 500루피와 1,000루피 사용 금지를 골자로 한 화폐개혁안을 발표했다. 모디 총리는 TV대국민담화에서 “검은 돈과 부정부패는 가난을 뿌리뽑는데 있어서 최대 장애물”이라 언급했다. 이번 화폐개혁의 목적은 국내총생산(GDP)의 20~30% 수준으로 추정되는 지하 경제의 양성화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화폐개혁을 하게 되면 GDP에 잡히는 경제활동이 늘어나고, 조세수입 증가도 기대된다. 하지만 화폐개혁 이후 한 달이 지난 지금 인도 사회는 여전히 큰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인도 경제에서 현금거래 비중(약 85%)이 여전히 매우 높기 때문이다. 또 시중 현금 가운데 고액권(500ㆍ1,000루피) 비중은 86%나 된다. 즉 인도 내 고액권 유통금지 조치는 단순한 화폐개혁 이상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극단적인 조치였던 것이다.

때문에 ‘모디노믹스’로 뜨거웠던 인도 경제는 최근 빠르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인도 내 등록 차량이 가장 많은 델리 시에서는 화폐 개혁 발표 직후 3일간 신차 등록이 약 70% 급감했고, 일부 대도시 주택가격은 30% 이상 급락했다. 부동산, 자동차, 금 등 고가품 대부분이 현금으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2017년 인도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10월 7.7%에 달했던 내년 인도 성장률 컨센서스(블룸버그 기준)는 화폐개혁 이후 7.3%까지 낮아졌다.

비록 인도 경제에 단기적 불확실성은 증대됐지만, 필자는 장기적으로 이번 조치가 인도 경제에 긍정적인 모멘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지하 경제 양성화로 조세수입이 증가하고, 재정여력이 확보될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시중자금의 은행예치 급증, 신용카드 사용 확대, 금융 디지털 인프라 확충 등 인도 전역의 금융시스템 개선에 대한 기대도 갖게 된다.

투자의 관점에선 우선 연말까지 인도 정부가 신권 화폐를 원활하게 공급하면서 내수 경기 위축을 얼마나 방어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당분간 어느 정도 변동성은 불가피하겠지만 단기에 그칠 것으로 판단된다. 루피화 약세에도 여전히 인도 신용 위험을 측정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내년 4월에 도입되는 단일 부가가치세(GST) 또한 인도 금융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신권 공급 속도가 현재보다 크게 개선되지 못한다면 내년 1분기 중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연말까지의 변동성 구간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도 주식 또는 현지 통화채권의 매수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모디노믹스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당장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대다수 시민들은 여전히 모디 총리의 개혁 의지를 지지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통화, 재정 측면에서 정책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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