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구역 나누고, 실시간 진료상황 정보공유
‘폭행’ ‘불친절’ ‘대기시간 지연’
응급실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서울시가 응급실 폭력, 환자만족, 진료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응급실 서비스디자인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응급실 서비스디자인은 2014년 서울대병원에 위탁 운영 중인 보라매병원 응급센터를 시작으로 서울의료원 응급센터,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등에 도입됐다. 서울특별시동부병원, 한양대서울병원은 응급실 서비스디자인을 도입해 응급센터 개선사업을 진행 중이고, 서울특별시서남병원, 순천향서울병원도 디자인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응급실 내 픽토그램, 사인물 등은 환자와 보호자가 무엇을 설명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최대한 쉽고, 직관적으로 디자인돼야 한다. 응급실을 찾는 전체 환자의 80%가 경증환자이기 때문이다. 홍기정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 개선사업 전에는 환자들이 어디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경증ㆍ중증환자는 물론 보호자들까지 서로 얽혀 진료는 고사하고 감염위험에 내몰렸다”며 “보라매병원은 행려환자와 일반 환자 간 마찰이 심했는데 디자인 도입 후 사고가 줄었다”고 말했다. 보라매병원 응급센터는 ▦일반환자구역 ▦외상환자구역 ▦행려환자구역 ▦프라이버시 환자구역 등으로 구분돼 운영되고 있다.
응급실 입구, 환자 대기실, 간호데스크 등에 설치된 전광판도 응급실 환경개선에 한몫하고 있다. 전광판에는 ▦응급실 혼잡도 ▦평균 대기시간 ▦진료과정(의사초진→혈액검사→영상검사→타과의뢰→입ㆍ퇴원 여부) 등이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홍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현재 진료상황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의료진에 불만을 토로하다 폭력이 발생했는데 전광판 설치 후 언어폭력이나 진료방해가 줄었다”고 말했다.
올 7월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열면서 응급실 서비스디자인을 도입한 이대목동병원도 만족감을 표했다. 한철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가 응급실 정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돼 환자만족도와 함께 진료환경에 개선됐다”고 말했다. 서울시 응급의료지원단이 디자인 도입 전 후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은 보호자와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급실 이용자의 전반적 만족도는 디자인 도입 전 7.25점(10점 만점)에서 7.57점으로 상승했다. 응급실 재이용 의향도도 7.41점에서 7.81점으로 올랐다. 사업실무를 맡고 있는 서울시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 관계자는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는 전국 의료기관들도 서비스디자인 가이드북을 제공하고 있다”며 “응급실 시설공사가 불가능해도 픽토그램, 사인물 등 디자인만 교체해도 응급실 진료환경 개선은 물론 응급실 폭력을 예방할 수 있어 의료기관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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