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한 달 전 40대 남성 환자가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진료실을 찾아왔다. 10년 전 당뇨병을 진단받고 치료 중이지만, 눈 검사를 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검사해보니 오른쪽 눈은 당뇨망막병증이 꽤 많이 진행돼 견인망막박리가 있었고 유리체 출혈이 있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왼쪽 눈은 다행히 견인망막박리는 없었지만 심한 증식망막병증 및 황반부종이 있어서 역시 시력이 많이 떨어졌다. 오른쪽 눈은 수술을 했고, 왼쪽 눈은 치료를 하면서 호전되길 기다리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 4명 중 3명은 눈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눈 검사를 하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별 것 아닐 거라는 생각에, 반대로 ‘큰 병이면 어쩌지?’하는 불안한 생각에, 혹은 의사의 잔소리를 들을 생각에 병원 문턱을 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한다. 특히 당뇨병은 있지만 건강하고 별다른 증상이 없는 청년층, 일과 사회생활로 바쁜 중년층, 또는 공부하느라 바쁜 사람이 눈 검사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다행히도 눈에 생기는 당뇨병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은 하루아침에 생기지는 않는다. 천천히 조금씩 진행하게 되기 때문에 실제로 문제가 생기기 전에 발견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그리고 당뇨망막병증이 조금 시작했다고 바로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발견한다면 레이저치료, 안구 내 주사치료, 수술 등으로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제 때 눈 검사를 하지 않는다면 위의 환자처럼 정말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정기 검사를 강조하는 것이다.
최근 1년 동안 당뇨병과 관련해 눈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다면 지금 바로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병원을 찾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나 불안감은 내려놓고 이 글은 읽은 후 바로 나들이 하듯 가까운 안과에 가보길 권한다. 지금 당장은 바쁘다면 점심식사 후, 너무 늦지 않은 퇴근길, 혹은 외출 중에 한번 안과를 찾길 바란다. 사실, 꼭 큰 병원에 갈 필요도 없다. 집 앞, 회사 근처, 아니면 지나가다 보이는 동네 어느 안과라도 좋다.
최근 당뇨 조절을 잘 하지 못해 겁이나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 운동하지 않아 마음이 불편한 사람, 송년회 자리에서 먹은 안주와 술 때문에 건강이 나빠졌을까 걱정 되는 사람, 눈 검사를 받을 때는 이런 걱정 없이 편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아와도 괜찮다. 실제로 눈에 당뇨합병증이 심하게 생겨서 시력이 많이 떨어지거나 실명하는 환자가 꽤 있다.
그런 환자를 만날 때마다 정기적으로 눈 검사를 받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크다. 때문에 안과 의사는 당뇨병 환자가 제 때, 정기적으로 눈 검사를 받으러 오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맙다.
혹시라도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충분히 예방하고 호전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합병증으로 인해 시력이 나빠지지 않도록 오늘은 꼭 안과를 찾아가길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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