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탈당 요구는 가소로운 짓”
정진석은 돌연 원내대표 사의
‘지도부 퇴진 압박’ 의도인 듯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그동안 공언해온 ‘12월 21일 사퇴’와 관련해 “이 약속은 저에게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이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도 친박계 조원진ㆍ이장우ㆍ최연혜 최고위원은 퇴진하지 않고 직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돼 21일 이후에도 ‘친박 지도부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대표가 동반사퇴하겠다고 밝혔던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결국 공식 사의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간담회를 갖고 “당 대표로서 당을 화합시키고 보수 가치를 수호하고 내년에 중대한 정치 일정을 원만하게 잘 수행하도록 이번 사태 중에는 물러나는 것이 옳겠다고 판단을 내리고 21일 물러난다고 했다”며 “따라서 이 약속은 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날 비주류 회의체인 비상시국위원회가 자신을 포함한 친박계 의원 8인에 대해 탈당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뻔뻔스럽고 가소로운 짓”이라고 맞섰다. 그는 전날 친박계 의원들이 발족한 ‘통합과 혁신 보수연합’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당 대표로서 그런 모임에 참석해 활동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보수정치의 본령은 책임지는 자세라고 배웠다”며 “대통령 직무가 중지된 사건에 이어 집권여당은 대통령과 똑같은 무게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산안 통과 직후 ‘당이 안정될 때까지’라는 단서를 달아 재신임을 받은 정 원내대표는 당초 연말 사퇴를 염두에 둬왔다. 이 대표가 탄핵안 가결 직후 즉각 퇴진을 거부하면서 자신을 동반사퇴 대상으로 지목했을 때도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당 대표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었다.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가 궐위된 경우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순으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그랬던 그가 이날 돌연 사의를 밝히자 당권을 놓지 않겠다고 버티는 친박계 지도부에게 퇴진 압박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선 분당이 임박한 상황에서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미리 원내대표 직을 던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친박 지도부는 정 원내대표 사퇴에 따라 오는 16일 원내대표 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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