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대납 땐 뇌물죄 성립
업무추진비 등 썼을 땐 ‘횡령’
朴, 사비로 냈을 가능성 낮아
비선실세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가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한 옷과 가방값을 지불한 것을 놓고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나 횡령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일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조사’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서 더블루K의 전 이사 고영태(40)씨는 “박 대통령에게 100여벌의 옷과 30~40개의 가방 등을 만들어 최씨를 통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방과 옷이 도매가로 4,500만원 상당이며 최씨로부터 대금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지난 10월 언론에 보도된 영상에도 최씨가 의상실 관계자로부터 영수증으로 보이는 종이를 받아 살펴본 뒤 5만원권 다발을 꺼내 계산하는 모습이 나왔다.
최씨가 대통령의 옷값을 대신 지불했다면 대통령에게 뇌물수수죄가 성립할 수 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 등은 “최씨가 4,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박 대통령에게 뇌물로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도매가로 계산된 4,500만원이 아니라 제품들의 시중 판매가격, 의상 제작을 위해 설치된 의상실의 임대료와 직원들 인건비 등 운영비까지 합친 금액을 뇌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8일 청와대 관계자는 “최씨가 대납한 돈은 없고 대통령이 모두 정확히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업무추진비나 특수활동비 등으로 옷값 등을 지불했더라도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해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무추진비나 특수활동비는 대통령의 업무수행을 위해 책정되는 예산으로 2017년 정부 예산안에선 302억4,200만원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 공식행사용 의류라 하더라도 별도의 특수 의상이 아닌 한 업무추진비 등 공적 비용을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사비를 썼다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랬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지불했어야 할 옷값이 연간 2억원으로 추산되는데, 대통령의 재산은 매년 3억원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이 부분을 살피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박 대통령이 응하겠다고 밝힌 특검 수사에서 대통령의 뇌물ㆍ횡령 혐의가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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