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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 대국이었던 日, 모피 제로 국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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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 대국이었던 日, 모피 제로 국가로

입력
2016.12.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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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일본 니가타현 오오츠카 밍크 농장 속 동물들이 철창에 갇혀 있다. 일본 동물권리센터 플리커 캡처
2012년 일본 니가타현 오오츠카 밍크 농장 속 동물들이 철창에 갇혀 있다. 일본 동물권리센터 플리커 캡처

일본 니가타 현에 위치한 마지막 밍크 농장인 오오츠카 밍크 농장이 최근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써 일본 안에서는 모피 농장이 모두 사라지게 됐습니다.

2000년 이후 니카타 현의 밍크 농장에서 도주한 아메리카 밍크가 야생에서 번식해 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실태가 드러난 이후 아메리카 밍크는 특정 외래생물로 지정돼 원칙적으로 사육이 불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니가타 현에는 모피농장이 두 곳 남아 있었고, 일본 동물권리센터(Animal Rights Center)는 환경부에 이 두 곳의 농장을 외래생물법 위반으로 고발했습니다. 그 뒤 한 곳은 즉시 폐업했고, 남은 한 곳이 이번에 폐쇄된 오오츠카 밍크 농장입니다.

동물권리센터는 “일본 내 모피 사육 제로 실현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동물권리센터 측은 2012년 9월 오오츠카 밍크 농장의 열악한 사육 실태를 고발한 바 있습니다. 사육되던 밍크는 무더위 속에서 곧 숨이 끊어질 것 같았고, 거친 호흡을 보이며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4년 오오츠카 밍크 농장에서 사육되던 밍크 한 마리가 새벽을 틈타 탈출하는 모습을 일본 동물권리센터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동물권리센터 유튜브 캡처
2014년 오오츠카 밍크 농장에서 사육되던 밍크 한 마리가 새벽을 틈타 탈출하는 모습을 일본 동물권리센터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동물권리센터 유튜브 캡처

일본의 모피산업은 제 2차 세계대전부터 전후에 걸쳐 번성했습니다. 전성기에는 모피 농장이 약 4,000여 곳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1975년 일본은 토끼 모피를 포함해 연간 1,600만 마리 이상을 수출하는 모피 대국이었습니다.

일본의 모피 산업은 1990년대 후반 들어 급속히 쇠퇴했습니다.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모피 생산이 활발해진 까닭인데요. 밍크모피 수출 역시 2006년을 끝으로 중단됐습니다. 일본에서 모피가 부착된 의류 수입량도 이 때를 정점으로 해마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는 수입량이 10년 전과 비교하면 약 80% 감소됐습니다.

동물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유럽에서는 이에 앞서 모피 생산을 금지하는 법률이 속속 제정되고 있습니다. 영국은 2000년부터 모피 생산을 전면 금지했고 2003년 1월 모든 모피 농장이 사라졌습니다. 2015년 휴고 보스와 아식스, 매쉬 홀딩스에 이어 2016년 3월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모피 사용 폐지를 선언하는 등 유명 의류 브랜드 역시 모피 반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밍크들이 모피의류를 위해 희생된다. Wildlife rescue center 페이스북
수많은 밍크들이 모피의류를 위해 희생된다. Wildlife rescue center 페이스북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모피 판매가 여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2015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홍콩은 세계 모피량의 70~80%를 움직이는 모피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홍콩으로부터 모피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중국으로 2014년 조사결과 홍콩 모피 수출의 약 9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모피 반대 시위의 확산으로 인해 모피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며 홍콩 모피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고 하지만 홍콩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 모피 패션박람회를 매년 개최하며 모피 시장 활성화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모피 소비 역시 크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은 2013년 약 1,491톤의 모피를 수입했습니다. 2015년 약 1,493톤을 수입하면서 전년보다 소폭 줄어든 양상이지만 2013년에 비하면 오히려 수입량이 늘었습니다. 올해 역시 10월까지 약 1,370톤을 수입하는 등 큰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 중국, 홍콩, 대만, 한국 등 동아시아 5개국의 각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전개하는 캠페인 퍼 프리 아시아(Fur Free Asia)의 한국 홍보 포스터. 한국의 퍼 프리 캠페인은 오는 14일 낮 12시에 열린다. 퍼 프리 아시아 캠페인 공식홈페이지
일본, 중국, 홍콩, 대만, 한국 등 동아시아 5개국의 각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전개하는 캠페인 퍼 프리 아시아(Fur Free Asia)의 한국 홍보 포스터. 한국의 퍼 프리 캠페인은 오는 14일 낮 12시에 열린다. 퍼 프리 아시아 캠페인 공식홈페이지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일본, 중국, 한국, 대만, 홍콩 5개국의 각 동물보호단체는 ‘퍼 프리 아시아(Fur Free Asia)’라는 공동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동물단체 케어가 오는 14일 낮 12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인데요. 케어는 이 자리에서 시민들의 모피 반대 인증 서약을 받는 등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naver.com

정진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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