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러시아 양국 정부가 15,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일 및 정상회담을 앞두고 막바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정상회담 직전까지 현안 조율을 위해 도쿄에서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성 심의관이 참여하는 차관급회담 개최를 러시아에 제안했다고 NHK가 12일 전했다. NHK는 이 자리에서 특히 러일간 영유권 분쟁지인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의 일본귀속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쿠릴섬 출신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북방영토에 대해 “한 걸음이라도 전진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며 “내 세대에 이 문제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측이 북방영토를 비롯한 평화조약 체결 협상의 합의를 도출하려 했지만 여전히 이견이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본측이 별도의 차관협의를 제안하며 성과도출에 매달리는 것이다.
러일 정상회담의 핵심의제인 영토문제는 올 가을까지만 해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우호적으로 돌아갔다. 푸틴 대통령이 일본의 대규모 경제지원을 전제로 영토반환에 유연하게 응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러일관계 개선의지를 비치면서 푸틴 측이 영토문제 강경론으로 선회했다.
푸틴이 공개적으로 “쿠릴 4개섬은 러시아 영토”라고 강조하는가하면, 러시아 측은 최근 일본 측에 만일 일부를 반환하더라도 미일 안보조약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것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측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쿠릴 4개 섬에 대한 자국민의 무비자 방문과 자유로운 경제활동 보장 등 ‘공동경제활동’추진에 대한 합의를 검토중이지만 이 역시 러일간 법적 입장차가 워낙 커 난항을 겪고 있다. 결국 일본으로선 영토반환에 대한 푸틴의 완고한 입장이 명확해 보이는 만큼 정상회담 후 발표하는 공동성명에 양측이 수용가능한 애매모호한 표현을 넣는 식으로 물밑조율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북방영토 회복을 자신해온 아베 총리가 푸틴과 “시코탄, 하보마이 2개섬 반환을 지속적으로 협상한다”는 정도로 합의한다면 ‘4개섬 일괄반환론’이 뿌리깊은 보수우익의 비판에 몰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욱이 ‘2개섬 우선반환’카드 마저 명시적 성과가 불분명해 아베 총리를 지원하는 일부 인사들은 여론 기대치를 낮추는 행보에 들어간 상황이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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