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공개한 러시아가 해킹과 폭로를 동원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둘러싸고 미국 내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우스운 얘기”로 일축했지만 민주ㆍ공화 양당 상원의원 4명은 추가조사를 주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도중 러시아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우습다(ridiculous)”고 표현한 뒤 “(민주당측의) 또 다른 핑계다.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선거인단 격차가 역사상 가장 큰 승리 중 하나다”라고 말하며 “이제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권의 정당성 문제를 지적하는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트럼프 인수위는 앞서 CIA의 발표를 비판하며 “(CIA는)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거짓정보로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기관”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선거인단 결과와는 정반대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280만표차로 뒤지고 있는 전국 투표 결과에 대해선 “불법투표의 결과”라고 근거 없이 공격하기도 했다.
반면 공화ㆍ민주 각각 2인으로 구성된 미국 상원의원 4명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해킹을 통한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신임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잭 리드 상원의원,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최근 보고를 모든 미국인이 경계하고 있다”고 밝힌 후 의회가 추가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의회의 안보 담당자들이 사이버안보 문제에 직면해 최선을 다해 왔지만 최근 문제는 좀 더 세심한 노력을 요구한다”며 “기밀을 유지하면서도 최근 사이버공격에 관해서는 공공에 정보를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적 협력에 나서 사이버공격에 대응할 종합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CNN방송은 네 의원의 공동성명이 CIA의 발표를 평가절하하려는 트럼프 당선인과 인수위에 대한 사실상의 정치적 역공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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