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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 귀환… ‘월세 시대’ 한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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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 귀환… ‘월세 시대’ 한풀 꺾였다

입력
2016.12.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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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물량 늘고 갭 투자 성행 탓

전문가들 “부동산 시장 하강 땐

월세 전환 다시 가속화할 것”

서울 마포구 공덕동 84㎡ 아파트에 반전세(보증금 2억8,000만원, 월세 50만원)로 거주하고 있는 이모(36)씨는 내년 1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전세를 구하는 중이다. 최근 이 일대 아파트 전셋값이 떨어져 1억원 가량만 빚을 내면 옮길 수 있어서다. 매물도 풍부한 편이다. 공덕래미안 4차 아파트(84㎡) 전세도 7월보다 6,000만원 내린 4억원에 나와 있고, 마포현대(88㎡)도 4월 3억8,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으나 현재 3억5,000만원짜리 매물이 있다. 이씨는 “월세를 내는 것보다 은행 이자를 부담하는 것이 저렴해 이번 기회에 전세로 갈아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 초만해도 많은 전문가들은 아파트 임대시장이 월세시장으로 재편될 거라고 예상했다. 불과 3년 전 20% 안팎에 불과했던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이 40%에, 전국적으로는 50%에 육박하면서 ‘월세시대의 도래’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하반기 상황은 그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전세 물량이 쏟아지면서 월세 비중은 30%대 초반으로 다시 역주행했다. 게다가 내년에는 수도권 입주물량마저 풍부해 전세 공급이 더 늘어날 전망. 임대시장의 판도가 다시 전세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1만2,569가구) 중 37.6%가 월세거래(4,729가구)였다. 2013년 20.4%에 불과했던 월세 비중이 2년만에 2배 가까이 뛴 것이다. 저금리 기조를 타고 집주인들이 전셋값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는 보증부 월세(반전세) 형태의 계약이 늘며 월세 비중이 급증한 것이다. 아파트를 비롯해 단독ㆍ다가구ㆍ연립ㆍ다세대까지 포함하는 전체 서울 주택 임대시장에서의 월세 비중은 50%에 육박(3월 47.1%)하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월세시대 도래는 피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3월 38.0%로 정점을 찍은 서울지역 아파트 월세 비중은 이후 줄곧 하락세다. 9월 이후로는 석달 연속 31%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월세중심의 거래가 한계에 이른 원인을 전세 매물 증가에서 찾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2만3,779가구)이 전년에 비해 11.6%(2,486가구) 증가한데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갭 투자(전세금과 매매가 차액이 적은 것을 활용한 투자)가 성행하며 전세물량이 일시적으로 급증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월세거래가 6월과 비교해 12.1% 늘어나긴 했지만, 전세 거래는 이보다 2배 이상 더 많은 26.8% 증가세를 보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월세 수익보다 매매 시세차익을 노리는 게 낫다는 인식이 깔리면서, 집주인들 조차도 기존에 갖고 있는 주택을 전세로 전환해 확보한 목돈으로 다른 부동산을 구입하는 식의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내년에는 수도권에만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45.9% 늘어난 17만290가구(닥터아파트 집계)인 점을 감안하면 전세물량 증가로 월세 비중은 다시 30%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렇다고 월세시대 도래가 아예 물 건너갔다고 보긴 어렵다. 부동산 시장이 하강국면에 들어가 집값 상승이 정체되면 기존 전세물량을 월세로 돌리는 현상은 다시 가속화할 수 있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집값이 둔화되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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